대만 국적의 화교 3세인 진정인 손모(48) 씨는 “아들(초등 6년)이 교실에서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짱깨'라는 인종차별적 놀림을 받으며 폭행을 당했는데 학교장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편파적으로 운영했다”며 지난 5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피해자의 동급생 3인이 쉬는 시간에 피해자에게 먼저 시비를 걸면서 ‘짱깨새끼’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용해 모욕을 주고 폭력을 행사했으며, 피해자도 이들의 모욕에 맞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해 피해자와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 5시간 및 학부모 특별교육 5시간 등 사실상 동일한 징계처분을 의결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자치위원회를 추가로 열어 피해자에게는 서면사과 외의 징계를 취소했다.

인권위는 자치위원회가 피해자도 폭력 가해자로 인정하는 등 불공정했다는 진정인의 주장에 대해 자치위원회 결정사항의 재량을 인정할 필요가 있고 인권위원회 조사과정에서 피해자 징계 수준을 낮추는 등 피해구제가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해 각하한 바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자치위원회 결정과 무관하게 학교장은 인종차별적 언어를 사용해 폭력을 유도한 학생들에 대한 추가 선도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주목할 때 이를 소홀히 한 것은 인권침해”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번 권고를 통해 자칫 소홀히 하기 쉬운 인종차별적 언어 사용의 심각성에 대해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타인 존중’ 문화의 기틀을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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