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만 0~2세 아동 중 소득 상위 30%는 어린이집을 이용할 때 지금처럼 보육료 전액을 지원 받지 못하고 일부만 지원받게 됐다. 복지부에서 그동안 기본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어린이집에 지원하던 예산을 양육보조금으로 변경하여 소득 하위 70%만 지원함으로써 양육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30%의 아동은 그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시행한 정책을 1년도 안돼 뒤집은 것으로 이명박 정부 스스로 보육정책의 무원칙.무능력.무철학을 드러낸 것이다.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무상보육 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대상 아동을 70%로 축소하여 정책을 시행하였고 무상보육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커지자 작년 12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만 0~2세 무상보육 예산을 갑자기 끼워 넣는 방식으로 무상보육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전혀 논의하지 않은 상태로 무상보육을 도입하여 작금의 ‘무상보육 재정대란’이 발생하자, 정부는 TF까지 구성하여 논의한 결과 어린이집에 직접 지원하던 기본보육료를 학부모에게 지원하는 양육보조금으로 변경하는 꼼수를 부려 ‘소득상위 30%에는 양육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내용을 개선안이라고 발표했다. 보육료 전액을 수요자에게 직접 지원하도록 만들어 보육의 시장성을 더욱 강화시킴으로써 어린이집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어려워지게 만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지난 금요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제34조(무상보육) 논의 당시 장애아동이나 다문화 아동은 영유아기를 넘겨도 보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유아에 대한 보육을 무상으로 하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실시한다”는 근거를 넣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재량권을 악용하여 더 많은 아동에게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기는커녕 무상보육의 혜택을 줄이는 내용의 개편안을 제시하였다. 이는 국민과 국회가 보여준 신의에 어긋나는 대국민․대국회 배신행위이자 기만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처음으로 무상보육 지원을 받은 상위 30% 19만명(국회 예산 증액분)의 영유아가 내년부터 10~20만원의 보육료를 지원받지 못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의 보육정책의 무원칙이 극명히 드러난 것이다.

또한 정부는 수요에 맞는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맞벌이가구나 취약계층에게는 현행과 같이 종일제 보육료를 지원하고, 전업주부에게는 반일제 보육료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비취업모가 아닌 ‘전업주부’라는 말을 사용하여 일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드러냈으며, 반일제 보육이 몇 시간인지, 어떻게 대상을 선별할 것인지 등 ‘기준과 적용방법’ 조차 확정하지 않은 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예산안이 확정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내년 3월부터 시행 될 예정인 종일제-반일제 정책의 대상과 예산을 산정하기는커녕 연구용역 조차 완료되지 않은 것이다. 지금과 같이 대상과 예산 추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보육재정 대란’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명박 정부의 보육정책의 무능력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반일제 시행시 예산 절감이 종일제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반일제과 종일제가 어린이집 시설유지비나 관리비 등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반일제가 종일제에 비해 예산절감이 가능한 것은 보육교사의 인건비인데,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와 과도한 노동시간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일제라고 보육교사의 인건비를 낮춘다면, 보육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보육철학 부재는 ‘영아의 가정양육 유도’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보육시설을 미이용 하는 0~5세 소득하위 70% 아동에게 양육보조금을 지급하여, 영아의 가정양육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가정양육은 10~20만원의 현금으로 유도되는 것이 아니다. 영아의 가정양육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영유아가 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든지 마음 놓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육아휴직 제도가 내실화와 사회분위기 변화가 필요하며, 육아지원센터 등 다양한 양육지원서비스가 완비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그동안 ‘보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무상보육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추계하는 것이 아닌, 예산에 맞춰 무상보육 정책을 축소하는 등 정책후퇴를 감행하고 있다. 스스로 주장해 온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육은 아동의 권리이자 국가의 책임이다.

보육정책은 국가의 근간이 될 아이들을 키우는 정책이기 때문에 정책이 잘못될 경우 아이와 부모가 고통 받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까지 흔들린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보육정책이 국가의 책임이자 아동의 권리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여 ‘2013년도 보육지원체계 개편방안’ 전면 개편하고, 상위 30%에도 무상보육을 실시해야 한다.

민주통합당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일동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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