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진 젠더사회연구소 소장은 지난 달 26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열린 ‘차기정부 성평등정책 추진기구 개편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지난 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격차지수에서 한국이 135개국 중 107위에 머무르는 등 한국의 여성정책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강구토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차기정부에서는 여성가족부의 위상을 강화하는 등 개편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숙진 소장은 이 날 “1998년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를 거쳐 2001년 독립된 부처로 출범한 여성부를 비롯, 현행 여성가족부에 이르기까지 그간의 여성정책 추진기구는 후발 초미니부처로서 존립과 업무량 확보를 위해 부처업무 이관을 통해 규모를 확대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상대적으로 여성정책 추진기구로서의 정체성과 조정기능이 강화되지 못했다”며 “보육, 청소년 정책 등 이관된 업무가 부처의 중심이 되고 성평등의 가치 실현을 위한 성차별 예방이나 개선업무, 여성의 권익 및 복지정책 등 여성정책이 주변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 소장은 “중앙부처간 조율과 조정기능을 위해 설치한 여성정책조정회의, 여성정책책임관 등은 형식화됐고 협조부서 등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부처간 협력 및 조정기능이 사실상 상실됐다”며 “부처간 이기주의 및 위계성이 여전히 존재하면서 잦은 부처의 조직개편으로 범부처 여성정책조정을 수행해 나가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숙진 소장에 따르면 현 정부에서 성별영향평가는 여성가족부가, 성인지예산은 기획재정부가 소관부처로 돼 있어 여성가족부가 성인지 예산제도를 비롯해 성평등정책을 통합, 조정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성별분업의 약화와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문제를 해소해야 할 여성고용정책은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로 분리됐으며 성차별조사 및 피해구제업무의 국가인권위원회로 이관돼 여성정책 추진기구로서 담보해야 할 성평등 관점을 견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현재 보건복지부로 이관된 보육정책은 국가의 양육자 역할 강화라는 측면에서 여성가족부 업무로 가져와야 하지만 그간의 여성부 보육정책 역시 ‘여성=양육자’라는 역할을 변화시키지 못한 채 부모의 보육료 부담을 경감시켜 출산율을 제고하는데 목표를 두는 한계를 보였다.

이숙진 소장은 “여성정책 이슈들이 여러 부처의 정책이슈들과 연관돼 있는 특성 때문에 일관된 관점의 중장기계획과 이를 꾸준하고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행정조직의 위계성을 고려해 성평등관점에 입각한 타부처의 업무 조정 및 통합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성정책 추진기구가 타부처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가족부의 권한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또는 현재의 여성가족부를 기초로 복지와 고용 등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이며 주요한 정책들을 우선적으로 통합해 독립부처로서 최대한의 업무량을 확보하고 조직과 예산 및 인력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거대부처주의(예 여성가족복지부, 여성복지노동부 등)로 개편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 이 소장은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같은 합의제 행정기구로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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