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식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회장이 9일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수화언어 권리보장을 간청하는 고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농아인들은 수화로 교육받고 싶어도, 마음 놓고 소통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에 세종대왕님께서 백성의 언로를 열기 위해 훈민정음을 반포하셨듯이 농인들의 언로를 위해 수화를 한국어의 하나로 인정하는 반포문을 내려주옵소서.”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한글날(10월9일) 세종대왕께 수화언어기본법 제정을 간청하는 고사가 치러졌다.

‘수화언어권리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수화언어 지위보장을 세종대왕께 간청하는 고사’를 진행했다.

수화언어공대위는 이날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에게 대한민국에서 수화언어 법적 보장을 이루게 해 달라는 축원의 고사를 지냈으며 대통령선거 후보로 출마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게 수화언어정책을 대선 공약사항으로 내걸 것을 촉구했다.

이 날 김광이 장애와여성 마실 대표는 “농아인 특수학교 15개교 중 수화통역공식자격증을 갖춘 교사는 전체 교사의 6%에 불과하다”며 “자기 실현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농아 학생들은 이렇듯 의사소통이 전무한 환경에서 거부, 배제당하며 자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가니 사건에서 학내 성폭력 문제가 부각됐지만 그 이면에는 청각장애 학생들이 교육과 의사소통에서 배제당하고 억압당해 온 역사가 있다”며 “비장애학생들이 배우는 것처럼 청각장애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실효성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세종대왕 한글반포로부터 56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농아인들은 ‘어여삐 여기는 백성’에서 배제됐다”며 “정부와 국민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영어교육에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농인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농인들이 교육과 노동현장 등 삶의 모든 현장에서 배제당하지 않고 소통하면서 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며 “대선후보들은 수화언어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기본법 제정을 공약으로 채택하라”고 요청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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