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이 이용자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나 오히려 해고를 당하는 등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간 인권침해 관리체계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10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활동지원제도 1년 시행평가 토론회’에서 “이용자에게 성폭행을 당해도, 이용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보조인을 교체해도 보조인은 억울하게 해고당해야 한다”며 “반대로 이용자가 보조인에 의해 학대를 당하는 경우도 속수무책이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기도 거주 장애인이 보조인을 성폭행했음에도 활동보조서비스 사업기관은 보조인을 해고했으며 충북 거주 이용자 가족이 자동차로 장애아동을 통학시켜 줄 수 있는 보조인을 요구해 보조인이 무상으로 차량 통학지원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남병준 실장은 “현행 바우처방식은 장애인의 선택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서비스의 양이 적어 선택권의 의미는 없어지고 실제로 서비스질 관리체계 및 기준조차 없는 상황에서 시장경쟁만 과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기관에서는 바우처 수수료 수익을 위해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사이에서 발생한 성폭행, 학대, 인권침해 등을 은폐하고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는 바우처 결제방식에 대한 관리감독만을 강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활동보조인 처우는 시간당 6225원 수준이나 근로기준법상 각종 수당이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며 “활동보조인은 사업기관에 형식적으로 소속돼 있으나 언제든지 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극도의 고용불안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공적 사업기관을 설립하고 보조인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등 활동보조인 처우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바우처 수수료를 폐지하고 서비스질 관리 비용 직접 지불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 정책실장은 또 개인적 환경과 욕구가 고려되지 않은 서비스시간 및 판정체계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자립생활을 위해 24시간이 보장돼야 하지만 현행 기본급여가 최대 103시간, 추가급여를 적용해도 183시간(하루평균 6시간)에 불과하다”며 “인정조사표만으로 서비스시간을 판정하는 체계 자체가 문제”라고 짚었다.

현행 활동지원제도는 인정조사표 등급에 따라 1등급 약 103시간, 2등급 약 83시간, 3등급 약 62시간, 4등급 약 42시간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최중증1인가구 등에 대한 추가급여를 10시간에서 최고 80시간까지 제공하고 있다.

남 실장은 “인정조사표 중심의 사정체계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만 서비스를 받게 하는 구조를 만들며 장애인에게 욕구와 자립의지를 표현하지 못하도록 한다”며 “인정조사 기준 뿐 아니라 환경과 욕구가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정부가 내년부터 2급으로 서비스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의미없는 장애등급제를 유지하려는 기만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등급에 따라 서비스가 연계되는 방식 뿐 아니라 장애등급제 자체를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남 실장은 “65세 이상 노인장애인에게 활동지원제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노인요양보험제도가 활동지원제도보다 급여량이 적은 경우가 많고 장애에 대한 추가적 지원이 없어 서비스 하락사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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