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대신 조세 비중 늘려 건보 재원 확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건강보험 재원조달 방식을 보험료 대신 조세의 비중을 늘리는 등 재원조달 방식의 다변화를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25일 선진사회복지연구회 주최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방향 및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재원확보 방안’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신 부원장은 “후세대의 부담을 줄이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 차원에서 지금보다 조세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건강보험료 비중이 낮아질수록 국민의 후생수준은 높아진다. 현행 건강보험 재정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세의 비중을 확대하면 지금보다 고연령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저연령층의 부담은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가계조사 자료를 이용한 조세연의 보고에 따르면 보험료 대비 조세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이 더 많이 부담하고 있다”며 “소득 대비 보험료 부담의 현재 상황은 상대적으로 저연령층이 더 많이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부원장은 “단기적으로 건강보험료 비중 하향조정은 경제의 양적성장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로는 양적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신영석 부원장은 보험재정 규모는 2010년 약 33조9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87조4000억원, 2050년에는 257조1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선희 한국노총 사회정책 국장은 “조세의 비중을 늘리는 것에 동의한다”면서 “아동, 임산부, 노인에 대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별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른 근로빈곤층, 건강보험 체납자 확산에 대한 사회적 대응을 위해 사회보장목적세를 신설해 건강보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국장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들의 사회보장부담률은 3.35%로 OECD 평균 3.4%와 같은 수준인데 반해 기업과 고용주의 사회보장부담률은 2.56%로 OECD 평균인 5.9%의 절반도 안된다.

그는 “대기업의 경우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에 비해 세금부담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 국장은 진보산당의 사회보장목적세 신설안을 인용해 “5대 대기업의 경우 2010년 기준 매출액이 약 700조원으로 국가전체 GDP의 60% 정도인데 지난 6년간 부담한 법인세는 25조원으로 매출액의 1% 이하이며, 전체국세수입의 3% 정도에 불고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법인세 기준 5억원 이상의 기업에 대해 사회복지세를 신설해 사회에 기여토록 해야한다”며 “5억~100억원 기업은 15%, 100억원 초과기업은 30%의 사회복지세율로 정하고, 이 경우 사회복지세는 7조4681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새로운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조세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동의했다.

박 과장은 “조세의 비중 확대를 통해 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한 노동시장 왜곡을 줄이고 소득재분배에 기여하며, 안정적인 보험료 재정 확보가 가능하다”며 “근로소득 중심의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유발해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보험 재원조달 방식의 다변화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 하는 최적의 재원조달 방식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철수 의료개혁연대 대표는 “정작 중요한 복지문제 즉,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등 가난한 건보가입자 문제의 해결책인 의료급여 제도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 없이 건보 부과체계 개편을 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국가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국가가 의료급여자로 흡수해 나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보험으로 떠밀어 건보재정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면서 “해결방안으로 가난한 건보가입자를 의료급여자로 흡수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