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가 없어 장애인이 추운 겨울날 수도관이 터져서 얼어 죽고 화재가 났어도 대피하지 못해 불에 타 죽는데도 정부는 예산이 없다. 기다려라는 대답 뿐입니다. 더 이상 기다리시겠습니까”

30일 광화문광장에서 故 김주영 씨의 장례식이 비통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가운데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이같이 절규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5년 내내 활동보조가 부족한 중증장애인들이 이처럼 허망하게 죽어야 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보건복지부에 수없이 물었다”며 “복지부는 향후 10년간 아시아태평양 장애인들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한 국제회의를 하고 있는데 왜 찾아와서 국제대회 망치느냐고 했다. 이게 우리 정부가 이 죽음에 대해 우리에게 준 대답”이라고 힐난했다.

박경석 대표는 “더 이상 죽지 말고 투쟁해서 복지부로 하여금 활동보조 24시간 약속 받아내자”며 “그것이 김주영 활동가가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우리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날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김주영 활동가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김 활동가는 갔지만 그를 죽게 한 사회는 그대로 남아 있다. 그것을 바꾸는 게 바로 우리의 임무”라며 결의를 다졌다.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의원 또한 “지난 26일 새벽 김주영 활동가의 집에 발생한 불은 10분 만에 꺼졌지만 그는 전동휠체어에 앉을 수 없어 화염 속에서 구조되지 못한 채 저 세상으로 갔다”며 “그러나 그를 삼킨 것은 화마가 아니라 비현실적인 활동보조제도였다”고 통탄했다.

남윤 의원은 “만약 활동보조가 없이는 식사를 하거나 휠체어에서 내리기도 힘든 그에게 활동보조서비스가 24시간 제공됐더라면 이토록 억울한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며 “활동보조시간을 늘리고 장애로 인해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제공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1급 뇌병변장애인인 故 김주영 씨는 지난 26일 새벽 홀로 자립생활을 해 오던 행당동 자택에 발생한 화재로 질식사했다.

 

화재는 발생 후 10여 분만에 진화됐으나 대피하지 못한 김 씨는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할 것이다.

 

그는 1979년 전남 담양의 한 가정에서 2녀1남 중 장녀로 태어나 1998년 삼육재활학교 고등부를 졸업했으며 2005년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다룬 작품 '외출 혹은 탈출'을 연출해 같은 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2007년 10월부터 1년간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상담, 자립생활정보제공 등 자립생활지원 활동을 펼쳤으며 2007년부터 활동보조제도가 시행된 이래 독거장애인 특례로 180시간을 받았으나 생존마저 위태로운 하루 6시간에 불과한 활동보조를 늘리기 위해 서울시를 상대로 추가지원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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