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등을 이유로 정신장애 장애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의 남성 두 명을 무죄판결한 데 대해 장애여성단체가 도다시 우리사회를 성폭력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만행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울산지법 제3형사부는 정신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5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죄장애인준강간)로 기소된 A씨 등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신장애 피해자의 진술 및 검찰 측 증인들의 증언은 도저히 믿을 수 없으며 성폭행 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0년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B씨의 경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여섯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이 피고인들로부터 협박을 당하거나, 성관계를 거부하면 힘으로 제압된 후 강제로 간음 당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지능은 평균수준이며 단지 사회적응능력 등이 일반인에 비해 부족할 뿐이고, 범죄에 대한 대처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의 진술과 검찰 측 증인들의 증언은 도저히 믿을 수 없으며, 달리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없다"며 "오히려 피해자과 피고인들 사이에 성관계에 대한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서도 피고인들과 성관계를 지속한 약 5년 동안 단 한 번도 성폭행 사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피고인 한 명의 아내가 간통 고소 운운하며 위자료 등을 요구하자 갑자기 피고인들을 성폭행 범죄자로 고소했다"고 전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31일 성명을 통해 “정신장애여성 성폭행사건 무죄판결 자행한 울산지법의 인권유린을 규탄하고 재판부의 제대로 된 판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판결은 정신장애의 이해와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비장애 남성중심적 잣대로 판결하여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기는커녕 성폭행을 저지른 가해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피해자의 인권을 참담히 짓밟고 우리사회 여성장애인의 인권이 계속해서 유린되는 빌미를 준 처사”라고 힐난했다.

이어 “최근 우리 사회는 장애인성폭력사건이 언론에 계속 드러나면서 그 심각성에 충격과 분노로 사회적 해결에 대한 강도 높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인권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성폭력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어처구니없는 만행이 아닐 수 없다”고 분노했다.

아울러 “계속해서 자행되고 있는 재판부의 여성장애인 인권말살과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무죄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재판부의 제대로 된 판결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사법부는 법조인들에게 의무적으로 장애인식교육과 장애인성폭력교육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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