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상 점자형 선거공보물이 임의규정으로 돼 있고 면수제한을 두고 있어 시각장애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4일 ‘시각장애인 참정권 실현을 위한 공익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법의 점자형 선거공보물 조항의 위헌여부를 묻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공직선거법상 점자공보의 임의규정과 면수제한은 헌법 제11조 평등권과 제34조 5항(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점자형 선거공보물의 제공을 의무사항이 아닌 임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후보자의 의사에 따라 제공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소후보자의 경우, 점자공보 자체를 제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각장애인은 후보자의 정보를 알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지난 17대 대선에서 무려 7명의 후보가 점자형 공보를 제작하지 않았다.

또한 공직선거법상 점자공보를 책자형 선거공보물 면수 이내에서 제작토록 하고 있어 책자공보와 같은 면수로 점자공보가 제작될 경우, 시각장애인 유권자들은 3분의1로 축소된 정보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시각장애인이 점자형 공보를 제공받는다 해도 내용상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17대 대선의 경우 일부 후보의 점자공보는 모두 합쳐 300자 남짓으로 내용이 매우 부실했다.

이러한 문제를 인지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0년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국회의장에게 점자형 선거공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 제한을 삭제해 시각장애인이 선거공보를 통해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 공직선거법은 여전히 개정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소는 “참정권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는 기본권으로서 다른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기초가 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며 “참정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실현해도 모자란 공직선거법 규정이 시각장애인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으니 실로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장애인의 참정권 문제를 언제까지나 권고 이행이나 법 개정과 같은 국회와 선관위의 정치적 의사에만 맡겨두지 않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헌법적 판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소송이 지지부진했던 장애인참정권 보장에 한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받은 법 규정은 효력이 상실되거나 시한을 두고 반드시 개정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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