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의 70대 노인이 딸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해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 외손자와 동반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8일 오후 2시경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의 한 주택 창고에서 A(72)씨와 A씨의 외손자 B(12·뇌병변장애 1급)군이 나무에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외손자를 목졸라 살해한 뒤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평소 자신의 딸이 장애아인 외손자를 돌보느라 고생하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뇌병변장애를 갖고 태어난 외손자를 할아버지가 끔찍이 아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군은 그동안 포천시로부터 장애인 활동보조지원을 하루 2~3시간에 불과한 제한적인 지원을 받았으며 부모는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유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올해 9월부터 생활고와 차별,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 미비 등으로 인해 사회적 타살을 당한 장애인과 가족들은 이번의 할아버지와 장애손자의 동반자살을 포함해 무려 4건이나 된다.

9월15일 수원 공무원 직무해제라는 장애인차별을 받고 사망한 고 박기영 씨, 10월26일 24시간 활동보조인이 없어 화재로 사망한 고 김주영 씨, 10월29일 파주 장애아동 돌봄 제도 지원을 못 받고 사망한 고 박지우 양이 그들이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이렇듯 장애인들이 절대 절명의 위기에 처해 차별과 억압 속에서 최소의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소중한 목숨을 져버리고 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대책은 미온적이며 미비한 실정”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것은 한국사회공동체의 공동의 책임으로서 예방과 사후관리 같은 의료적 대안은 물론 가정에서, 직장에서 장애인들이 충분한 시간과 배려를 통해 직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협회는 복지부와 경기도에 ▲유가족 및 장애인들에게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 ▲장애인권리옹호센터 설치할 것 ▲장애인등급제, 부양 의무제를 폐지하고 중증장애인 에게 절실히 필요한 하루 24시간 활동보조를 제공할 것 등을 요구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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