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협박을 받던 한 뇌병변장애1급 장애여성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신변보호가 안 돼 결국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전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대전 서구 용문동에 사는 장애여성 A씨가 집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5일 범행현장 부근의 CCTV에서 평소 A씨에게 살해협박을 해 왔던 B씨를 발견해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방을 쫓고 있다.

A씨는 2005년 한 재판에서 이번 A씨 살해사건의 용의자 B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B씨가 출소한 2010년부터 B씨로부터 “재판에서 증언을 잘못해 교도소에 다녀왔으니 복수하겠다”는 살해 협박을 받아왔다.

B씨는 A씨가 성폭력사건으로 고소를 해 유죄확정판결을 받아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바 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A씨는 평소 도움을 받아왔던 성폭력상담소와 경찰서에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B씨에 대해 협박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지만 실패했으며 A씨의 신변보호 조치는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씨의 살해소식을 접한 대전여성장애인연대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6일 대전지방경찰청 정문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이 수원 ‘오원춘사건’과 마찬가지로 경찰이 성폭력 피해자 신고를 가볍게 넘기고 늑장을 부리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들은 “피해자인 A씨가 가해자로부터 보복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협박신고일로부터 3개월이 되도록 가해자를 체포하지 못한데다 피해자의 신변보호조치 또한 취하지 않았다”며 “경찰이 피해자를 보복범죄로부터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는지 면밀히 조사해, 경찰의 부실대응이 밝혀질 경우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번 사건은 경찰의 부실대응 뿐 아니라 장애여성에 대한 보호체계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사회가 만들어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같은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범죄 피해자의 법적 보호 및 성폭력 범죄 출소자들의 관리 체계 점검 ▲장애인활동보조인제도 개선 등 장애여성 대상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앞으로 수사결과를 주시하고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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