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의 만남으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으로 보였던 정립회관사태가 두 조직의 자기주장에 밀려 결국 아무런 합의점도 도출하지 못한 채 공염불이 되고 마는 사태가 발생됐다. 

이날 토론회는 참석자들의 진지한 태도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사진/최경훈기자>

 

지난 26일 양측, 정립회관문제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와 정립회관소중한회원들의모임(이하 정소모)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만나 정립회관 사태를 통해 바라본 사회복지시설들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키로 하고 만남을 가졌다.

이날 토론은 이완수 前 관장의 이사장 사퇴를 촉구해 온 공대위측과 반대로 이들의 주장과 투쟁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결성된 정소모가 함께 현재 정립회관의 문제와 해결방안, 사회복지시설의 민주화와 탈시설화 문제, 자립생활과 장애인당사자주의 및 노동운동의 문제 등에 대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을 포함하는 공대위 측 4명의 관계자와 양천지장협 이안중 회장을 주축으로 하는 정소모 측 4명의 대표자가 참석한 가운데 한신대 남구현(사회복지학)교수가 중간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토의 중간 의사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고민하는 박경석 교장<사진/최경훈기자>

토론자로 나선 박경석 교장(공대위 측)은 "개인적으로 이 자리가 장애운동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정립회관 문제가 한 시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국내 사회복지시설들의 전반적인 문제라는 점을 받아 들여 절대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될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이완수 관장의 정년연장 문제에 대해 이사회는 연임의 문제가 단지 노인일자리 창출이라는 문제로 답변을 했다. 시설들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고 민주적이어야만 하는 정립회관이 관장의 임기연장의 사유를 노인복지문제로 돌려 거들먹거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굳이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려면 정립회관의 발전을 이유로 해야 되는게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안중 회장(정소모 측)은 "정립회관 사태의 시작은 정년제와 임기제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과거 정립회관은 정년제였고, 시설의 운영에 있어 정년제보다는 임기제가 타당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임기를 마친 이완수 관장은 그동안 정립회관은 자립생활 등 장애인복지를 위해 선진적인 역할을 해왔고, 그런 차원에서 이완수 관장이 2년을 더 하는 것도 정립회관의 발전을 위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공대위의 투쟁에 동참할 수 없었다. 또한 시설민주화에 대한 입장 차가 있어 동의가 어려웠다"라고 피력했다.

공대위측의 왼쪽부터 박경석, 박영희, 최용기, 남병준 토론자<사진/최경훈기자>

 
두 입장을 듣고 난 후 한신대 남구현 교수는 "선도적인 입장의 시설인 정립 회관의 민주주의, 정년, 임기제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연동되어 있다"며 "모든 문제는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기에 일어난 문제라고 생각된다"고 전하며 "하지만 관장선출의 문제에서 시작된 것들이 왜 장애운동의 이념과 당사자주의, 자립생활 등의 문제로까지 퍼져 분열을 일으키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사장으로의 직위 이동 사유에 대해 이안중 회장은 "수영장 문제 등 임기 기간 내에 해결하지 못한 현안들이 남아있어 이를 마무리하기 위한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사회측이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하자, 박 교장은 "수영장은 아직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고, 그 문제는 책임을 져야되는 문제이지 임기를 연장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맞서 양측의 대립상황이 더욱 팽팽해지기도 했다.

계속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탈시설화와 시설민주화에 대한 각자의 입장 표명이 있었지만 모든 문제가 결국에는 정립회관 사태 해결방안이라는 문제로 돌아가 자신들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편 질의 시간이 주어지자 많은 참석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정소모측의 왼쪽부터 이안중, 이상호, 고관철, 윤삼호 토론자<사진/최경훈기자>

 
한 참석자는 이안중 회장에게 "시설민주화가 탈시설화의 걸림돌이 된다면 진정한 탈시설화의 실천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고, 이에 이 회장은 "실천방법은 우선적으로 정부와 진정한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전달 체계의 변경, 변환을 위한 싸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공대위 측과의 지속적인 토론자리를 계속 마련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 참석자는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분명히 해결하고 가야 할 것이 있다. 공대위의 행동이 불순한 의도이며, 노조의 사주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이안중 회장은 "사견으로 말한 적은 있을지 몰라도 그런 차원으로 공론화 하지 않았고 노조의 사주를 받았다고 말한 적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사진/최경훈기자>

마지막 발언을 맡은 박 교장은 "민주적, 사회적 문제를 위한 투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요구되어 왔던 문제"라며 "서로가 주인된 입장에서 발전해 나가야 하며, 오히려 이 자리에 이사진들이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이안중 회장은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고자 나온 자리인데 선동을 위한 자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객관적인 입장을 밝혀 새롭게 문제를 정리하는 자리가 되었기를 바란다"라고 마무리했다.

이날 토론은 서로의 주장이 어긋난 가운데 타협점을 전혀 찾지 못한 채 마무리 됐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추후 논의의 자리가 마련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진선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