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교수-학생 간의 성폭력 사건 시 학교당국의 가해자 징계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사건 해결이 가장 어려우며 피해자의 2차 피해우려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3일 '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전국 398개 대학 캠퍼스(유효설문지 수 280개)에 대한 설문조사, 사건 관련 피해자, 대학 상담소의 관계자, 사건 조사 등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대학 교원, 외부 상담소의 전문가 등 총 24명에 대한 심층면접 조사, 피해 학생 지원 경험 등이 있는 학생들에 대한 초점집단면접(FGI)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인권위는 “교수, 학생, 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하는 대학의 특성 상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폭력은 기존의 법령만으로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여기에 대학 내 구성원들의 인식 부족 등으로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구제조치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에 의뢰, 실시한 이번 조사를 통해 학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구제기구 운영 실태 및 사건처리 현황 등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피해자 보호강화를 위한 정책 개선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며 조사에 응답한 280개 대학 중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시 대처를 위한 별도의 성희롱·성폭력 상담소를 두고 있는 대학은 전체의 약 26%에 불과했다.

상담기구의 연간 예산도 1000만원 미만인 경우가 60% 이상에 달하는 등 관련기구의 운영에 있어 인적·물적 여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담기구에 별도의 인원이 배정되어 있는 경우는 전체의 약 7%로서 21개 대학에 불과하며 나머지 약 90% 대학에서는 일반행정과 상담업무를 병행하고 있어 성희롱.성폭력 상담의 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담전담인력의 대부분은 신분이 불안정한 계약직의 형태로 고용돼 정규직은 약 34%에 불과해 사건 발생 시 상담 등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예방교육은 전체 대학의 약 70%가 실시하고 있으나, 피해자 치료지원이나 법률자문은 전체 대학의 약 50% 정도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내 상담기구에 접수된 성희롱.성폭력 사건 수를 살펴보면 2009년 평균 0.6건에서 2010년 0.8건, 2011년 1.2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였다.

2011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사건 가운데 피신고인(가해자)이 학부생인 경우가 102건으로 가장 많고 교수(36건), 직원(정규직, 비정규직 포함 18건), 기타 25건 등으로 나타났다.

신고인(피해자)은 학부생(126건), 대학원생(24건)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피해양상으로는 언어적 성희롱과 신체적 성희롱이 가장 많지만, 강간 혹은 준강간의 경우 각각 12건, 9건을 차지하고 있어 대학 내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발생장소는 학외 유흥공간이 4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도서관 등의 학내 공공장소(22건), MT, 수련회 등 숙박시설(20건), 강의실(15건)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학생-학생 간 사건이 가장 빈도가 높은 데 비해서 실제 사건 처리가 가장 어려운 유형으로 꼽힌 것은 교수-학생 등 수직적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는 피신고인(가해자)이 교수 등 고위직인 경우 학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교원의 신분보장을 위한 법, 제도 등으로 학교 당국이 가해자 징계에 소극적이 되기 쉽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외에도 피신고인(가해자)이 피해자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유포해 피해자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거나 학교 당국의 사건 조사.처리 지연으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는 사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태조사 연구팀은 학내 성희롱․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사건 대응 및 해결에 대한 학교 당국의 확고한 원칙과 의지 ▲관련 예산과 전문성을 가진 인력의 확보 ▲사건 발생 시 신속하고 원활한 피해구제 조치를 가능케 하는 자율성에 입각한 피해구제 절차 운영 등을 강조했다.

아울러 개별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사건처리에 어려움이 있음을 감안해 비밀 보장 원칙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련 정부기관이 유사사례에 대한 처리경험을 축적하고 관련 법적․실무적 정보 등을 공유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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