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등급제 폐지가 주요대선공약으로 채택돼 등급제 폐지 시대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등급제 폐지 이후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어 등급제 폐지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최동익 의원실 주최로 ‘장애계가 바라는 장애등급제 폐지 방향을 듣는다’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하성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국장, 김현철 한국농아인협회 과장, 은종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국장, 김치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실장,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 장애인단체 실무자들은 의학적 기준만을 적용한 장애등급제가 서비스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요인으로서 부적합하며 무엇보다 자립생활과 권리를 기반으로 한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복지체계로 이행을 위해 폐지돼야 할 걸림돌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장애등급제 폐지 시 장애인들에 대한 각종 감면혜택 소멸의 해결방안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성준 한시련 국장은 “우리나라 장애인등록제도는 모든 장애인복지 서비스 및 장애인에게 우리사회가 부여하는 각종 혜택을 위한 근거로 활용되고 있으며 장애등급제는 그러한 서비스 혜택의 양과 질을 결정하는 요소이므로 등급제의 폐지는 장애인복지 서비스의 전달체계는 물론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혜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 복지서비스의 패러다임이 직업재활, 사회재활 등 서비스 중심에서 이동, 고용, 접근권 등 인권과 자립생활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등급에 근거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총량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별도의 수급대상 및 급여수준을 판정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장애인연금제를 주축으로 장애판정을 확대해 장애인등록제도에 따른 장애등급제는 유명무실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기존의 장애인등록 제도 아래 각종 감면혜택은 유지해 불편이나 불만을 해소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남병준 전장연 실장은 “장애등급제 폐지가 대선공약화되면서 폐지가 확실시된 상황이지만 현재 복지부가 장애등급을 중ㆍ경증으로 간소화시키고 전달체계를 의학적 판정 중심인 국민연금공단에 위임하는 수준에서 등급제 폐지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며 “이렇게 된다면 아무 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남 실장은 “전장연은 장애등급제가 안고 있는 이념과 전달체계, 서비스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존의 장애인복지법 폐기 및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이념적인 측면에서는 탈시설과 권리를 명시하고 전달체계에서는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전달체계를 핵심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비스의 측면에서 낙인화 시스템인 각종 감면제도를 장기적인 차원에서 폐지하고 직접적인 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치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실장은 “복지부는 2008년에 이미 장애인서비스전달체계 개편을 중점과제로 두고 의학적 판정 외에 개별적인 환경과 욕구를 판정하는 다면적 평가와 개인적 맞춤형 서비스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등급제를 폐지하고 개인적인 욕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그에 대한 서비스도 맞춤형으로 가야 되고 맞춤형으로 가려면 서비스의 시장 구조가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그에 따라 서비스 시장 관리방식도 개편해야 하는 등 등급제 폐지 문제는 사실 등급제 대신 대체적인 수단만 투입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전달체계 전반의 문제 및 예산문제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장기적이고 전반적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농아인협회 과장은 “장애계가 정부에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5개년 계획을 세우도록 제안을 했으면 좋겠다”며 “초기에는 등급제에 따른 문제점과 당사자의 서비스욕구 파악하고 중기에는 시범사업 거쳐서 5년 후 폐지한다는 등 방식으로 추진토록 하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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