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적장애 2급의 한 남성이 상해로 벌금형을 받았지만 당시 상황에 대해 본인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혼자 조사를 받아 가족들도 통지서가 날아오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리는 등 형사사법절차 상의 장애인 인권침해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도적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는 지난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형사사법 및 행형절차 과정상의 장애인 인권침해 현황과 대책 토론회’에서 “형사절차상 장애인에 대한 무시와 차별, 공포감 조성 등 뿐 아니라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리거나 혹은 범죄피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무죄방면 되는 일들이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절차상의 문제점으로 ▲발달장애인의 외관이 남들과 다르고 언어 구사가 유창하지 못하다고 해 범죄자로 지목되는 예가 많고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체포되거나 조력인 등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혼자 조사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며 ▲조사과정에서 강압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수사관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술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 점 등을 지적했다.

김 간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경우,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예’라는 순응적인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아 가해자가 아닌 경우에도 가해사실을 수긍해 범인으로 몰리게 되며 또는 피해자인 경우,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며 다른 진술까지도 의심받게 돼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김강원 간사는 “현실이 이러한데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은 엉성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행 형사소송법상 13세 미만이거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경우, 신뢰관계자를 동석토록 한 조항은 신뢰관계자의 역할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데 그치지 실제적으로 진술을 구체화하는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법상 (진술)조력인 등의 도움은 ‘신청’ 또는 ‘직권’에 따라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불안상태에 놓인 형사절차상의 장애인이 과연 제도를 잘 알고 ‘신청’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강사는 “지난 10월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2013년 4월23일 시행)은 형사사법 절차상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알려줘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조력인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진일보한 법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그러나 이 또한 담당경찰관들이 장차법이라는 특별법을 얼마나 숙지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형사절차에 중요한 조항이니 만큼 형사소송법에 편입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술조력인의 경우, 조력인을 어떻게 선정하고 양성할 것이며,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등 제대로 구체화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련학과 전공자 및 실무경험자, 장애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구성된 인력풀을 운용하고 그림카드나 놀이방식 등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진술조사 방식을 개발하며 진술조력센터를 건립해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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