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회 예산 ‘없던 일로’…국회의원들의 ‘뒤통수’

여야 국회의원들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2013년도 예산 편성에서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운영비 10억원 확보를 누차 약속해 왔으나 본회의조차 상정되지 못해 결국 없던 일로 돼 버렸다.

이에 따라 한국사회복지공제회는 직원들 인건비를 비롯해 사무실 임대료 등이 끊겨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됐다.

한국사회복지공제회는 2011년 6월 설립지원사무국 운영 당시 설립지원비 10억원을 지원 받은 게 전부다. 정부는 2012년 1월 공식출범 후에도 ‘나몰라’라로 일관하며 공제회 설립만 해 놓고 운영은 방치하다시피 했다.

정부가 설립 한 다른 공제회와는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공제회는 출범 전후로 총 50억원을, 과학기술인공제회도 정부출연금 1000억원을 지원 받았고, 경기도사회복지공제회는 설립준비 시 30억원과 매년 운영비 5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사회복지계만 차별을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공제회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국회에서 운영비의 정부지원 예산 확보를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6일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심사 소위원회를 통해 한국사회복지공제회에 출연금과 운영비를 증액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회복지공제회 안정적 정착과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신의진 의원은 “한국사회복지공제회가 예산이 없어 제대로 된 업무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공제회 운영비 지원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병석 국회부의장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열악한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지위 향상 지원 및 생활안정과 복지 증진 등 처우 개선을 위해 공제회의 정부지원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에 오제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민주통합당)은 “월요일(19일)에 열리는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예산을 올리면 본회의에서도 통과시킬 것을 약속하겠냐”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물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날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도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같은 달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사회복지공제회의 2013년도 운영비 예산 10억원을 통과시켰다.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운영비 지원 예산은 예결위와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사회복지공제회의 운영비 10억원 예산 통과는 당연시 됐다.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측은 여기에 힘입어 시드머니 예산까지도 확보 계획을 잡고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계속 접촉을 했다.

그러나 시드머니는커녕 운영비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본회의에 올라가기도 전인 예결위에서 공제회 운영비 예산이 날아간 것이다.

결국 국회의원들은 선심성 발언만 남발하며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뒤통수’를 친 격이다.

국회 예결위와 본회의는 지난해 12월 31일과 올해 1월 1일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회복지계의 표를 의식한 여야 국회의원들의 선심성 발언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키우고 있다.

한편 ‘외유성 예산’인 국회의원 외교활동 예산은 당초 정부안 58억5600만원보다 1억원 늘어난 59억5600만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도 법만 만들어 놓고 결국은 스스로 법을 위반한 꼴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5월 24일 ‘보건복지부장관은 공제회의 주된 사무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법령을 개정했다.

개정법률 시행일은 지난해 11월 24일이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갔다.

보건복지부는 공제회 운영비 지원에 대해 공제회 자금지원 부분에 대한 법률을 들먹이며 “고민은 하고 있지만 법률상 지원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복지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법률은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 제7조 공제사업에 필요한 자금 중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외의 자의 출연금’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출연금을 지원받을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24일 개정된 법률도 해석에 따라 운영비를 지원 받을 수 없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법률은 ‘보건복지부장관은 공제회의 주된 사무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 돼 있을 뿐 공제회 운영비 지원에 의무조항을 두지 않아 꼭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공제회 관계자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약속해 놓고 국회에서 예선 편성이 안 된 것은 아쉽고 서운하지만 앞으로도 공제회 운영비 확보를 위해 복지부는 물론 여야 국회의원들을 꾸준히 접촉해 예산 지원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 책무와 사회적 공익을 수행하는 100만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공제회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정부의 지원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