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여성들은 여전히 출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성희롱에도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12년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2752건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근로조건 상담이 1055건 41.1%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모성권 상담(990건, 38.5%)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이어 직장 내 성희롱이 354건(13.8%)으로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성차별, 폭언폭행이 뒤를 잇고 있다.

상담유형별로 살펴보면 출산전후휴가가 19.4%(499건), 근로기준법기타 14.6%(377건), 직장 내 성희롱이 13.8%(354건), 육아휴직이 11.2%(287건), 임금체불이 11.1%(286건) 순으로 나타내고 있다.

출산전후휴가는 지난해에 이어 가장 많은 상담을 차지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은 지난해 8.8%(264건)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무려 5%나 늘었다. 육아휴직은 지난해에도 임금체불보다 한건이 더 많았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채로운 것은 근로기준법 기타 상담의 증가다.

근기법 기타 상담은 근로조건 저하에 따른 단순 문의, 휴일 관련 문의, 제도변경에 따른 문의, 법조항을 확인한 후 이에 대한 이해에 대한 문의 등이다.

여성노동자회는 “이러한 질문은 대체적으로 이전까지는 잘 문의해 오지 않았던 내용으로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의식 향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시간제 노동자는 절반이상이 임금체불 상담이었다.

시간제 노동자의 상담 중 임금체불 상담 비중은 무려 51.4%나 됐다. 퇴사 후 상담비율은 무려 76.9%나 됐다.

1년 미만 노동자의 상담이 88.1%로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며 3년 이상은 0.5%(3건)밖에 되지 않았다. 대개 1년 미만의 단기적 일자리라는 의미이다.

여성노동자회는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확산의 근거로 여성들의 일, 가정 양립을 위해서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자리의 많은 수가 30대 미만 청년들에게 주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제 내담자의 20~24세가 35.5%로 가장 많았으며, 25~29세가 18.5%, 20세미만 8.9%로 시간제 노동자 중 30세미만이 62.9%로 밀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64.7%가 비혼 여성노동자로 기혼 여성노동자들의 일, 가정 양립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구호는 허구임이 드러난 것이다.

여성노동자회는 “정부는 시간제 노동자 확산을 당장 중지하고 시간제 일자리의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일자리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2012년 3월 통계에 따르면 시간제 노동자 170만 명 중 73%인 123만 명이 여성이다. 비정규직을 선택한 노동자의 50.6%가 자발적 사유로 선택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간제는 45.6%만이 자발적으로 시간제를 선택했다고 말하고 있다.

더구나 시간제 일자리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4개월로 6년 9개월인 정규직, 2년 5개월인 비정규직에 비해 훨씬 짧다. 임금도 가장 낮은 62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근로복지 수혜율도 가장 낮아 퇴직금 11.2%, 상여금 14.9%, 시간외 수당6.6%, 유급휴일(휴가) 6.3%로 조사됐다.

사회보험 가입률도 심각해 국민연금 13.2%, 건강보험 15.4%, 고용보험 15.9%로 사회안정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이 드러났다.

연령별 상담유형을 살펴보면 20세 미만은 임금체불(26.7%), 20~24세는 직장 내 성희롱(36.0%), 25~29세와 30~34세는 산전후휴가(19.5%, 28.9%), 35~39세는 육아휴직(18.0%), 40~49세는 근로조건 기타(22.3%), 50세 이상은 임금체불(21.4%) 상담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모성권 상담 95.1%가 재직 중 상담

모성권 상담의 95%는 재직 중 상담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담유형별로 살펴보면 출산전후휴가가 50.4%로 가장 많았고, 육아휴직이 29.0%로 뒤를 이었다. 그 다음으로 기타 상담이 12.0%였는데 기타 상담 중 시간외근로야업에 대한 상담이 35건을 차지하고 있었다.

임신출산불이익은 4.9%, 임신출산해고는 3.5%였다.

모성권 상담 내담자 중 정규직은 524명, 비정규직은 209명으로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두 배가 넘는다. 상담 유형을 살펴보면 정규직의 49.0%가 출산전후휴가 상담을 30.5%가 육아휴직 상담을 해 왔으며 비정규직은 41.1%가 출산전후휴가, 23.9%가 육아휴직 상담을 해 왔다.

여성노동자회는 “모성권 상담의 경우 실제 문제가 발생해서 상담을 해 오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등에 대해서 고민하는 상담도 많이 있다”면서 “하지만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이런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이들이 많아 비정규직의 상담이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모성권 상담의 내담자 특징은 재직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내담자의 57.8%가 재직 중 상담인 반면 모성권은 95.1%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영세사업장 성희롱 가해자 10명 중 6명이 사장

비정규직의 직장 내 성희롱 상담사례의 두드러진 특징은 55세 이상 65세 이하 용역회사 소속 청소노동자 및 요양보호사 등 여성노동자들이 같은 회사 소속 상사, 근무지에서의 상사, 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으로 인한 고충으로 상담실을 찾은 것이다.

52세 요양보호사의 경우 돌보는 환자의 남편이 저녁을 먹자거나 선물을 주겠다면서 사적인 만남을 요구했고, 65세 요양보호사는 7개월간 남자환자를 돌보는 동안 성적이 이야기를 하거나 뒤에서 끌어안는 등 언어적, 육체적 성희롱을 참아내야 했다.

60세 고등학교 청소노동자는 행정실 직원의 음담패설을 들으며 성적인 수치심을 느꼈다.

57세 골프장 청소노동자는 청소담당 반장이 뒤에서 만지거나 껴안아서 화를 냈으나, 반장의 행동은 계속됐다. 65세 개인회사 소유 빌딩 청소노동자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53세 관리소장이 야한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을 몸을 만지고 입을 맞추려고 하는 등 언어적, 육체적 성희롱을 참아내며 일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에 상담해 온 내용들이다.

상담 내용을 보면 4인 이하 사업장에서 성희롱 가해자는 10명 중 6명이 사장이었다.

4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66.7%가 사장이었으며 5~9인 사업장은 42.9%, 10~20인 사업장은 41.9%로 각각 높게 나타났다.

여성노동자회는 “1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강제조항이 아니며, 영세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처리 및 가해자에 대한 징계, 피해자 보호를 사장이 해야 하지만 그 자신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는 사장에 의한 성희롱은 32.6%다.

고용형태별로 성희롱 유형을 살펴보면 두 고용형태 모두 몸과 언어로 하는 복합 성희롱이 가장 높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는 몸과 관련된 성희롱의 비중이 76.5%로 정규직의 68.5%보다 높게 나타난다.

정규직의 경우는 언어적 성희롱을 상담해 온 비중이 27.6%로 나타났지만 비정규직은 14.7%로 10%이상 낮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정규직의 경우는 복합성희롱보다는 한 가지 유형에 집중된 성희롱이 51.4%로 나타나지만 비정규직은 28.4%에 그치고 2가지 이상 유형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성희롱이 71.6%로 높게 나타났다.

여성노동자회는 “비정규직의 경우는 언어적 성희롱에 대해서는 적극적 대응이 어려움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는 직장 내에서 비정규직의 낮은 지위 탓이라 추측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10인 미만 사업장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강제조항이 아니다. 헌데 내담자 중 41.9%가 1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절반 가까이 되는 직장 내 성희롱 내담자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여부에 대해 물어본 결과 82.7%의 노동자들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내담자의 58.1%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교육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성희롱예방교육 점검 결과를 자율점검에서는 7198건 중 469건, 지방고용노동관서 확인점검 결과는 1482건 중 382건으로 위반사업장이 적발됐다.

이는 각각 6.5%, 25.8%로 나타났지만 직장 내 성희롱 내담자들의 사업장은 82.7%가 미실시 사업장으로 드러나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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