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5월 장애인단체에서 ‘지적장애인 B씨가 전라북도 소재 양봉원에서 30년 이상 일하고 있으나, 양봉업자 A(71)씨에게 임금을 받지 못하고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위원회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 A씨는 1987년 9월부터 B씨를 사실상 고용했으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B씨의 보험금을 횡령하고 열악한 생활 환경을 방치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사실 등이 확인됐다.

A씨는 2009년 이후부터 급여를 입금한 통장 내역을 제출했으나 일부 금액은 누락되어 있는데다 최저임금법에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월 50만원 수준의 금액이었고, 2008년 이전의 급여 기록은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인권위는 A씨가 B 씨에게 지급된 저축성 보험금 약 3500만원을 인출해 본인 통장으로 입금시킨 사실과 B씨가 지난 해 6월 퇴직한 이후 같은 해 11월(조사종료 시점)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실 등을 확인했다.

아울러 복지관 등 지자체 관계자들이 작성한 B씨 상담일지, B씨의 병원 진료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B씨가 열악하고 불결한 생활환경에서 지낸 사실과 과도한 근로로 인해 만성적 통증에 시달린 사실 등도 밝혀졌다.

인권위는 A씨의 B씨에 대한 임금 미지급과 보험금 횡령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의 특정 정서나 인지적 장애 특성을 부당하게 이용해 불이익을 주거나, 장애인에 대한 금전을 착취하고 학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는 B씨의 사용자로서 B씨가 건강을 유지하도록 보호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검찰총장에게 피조사자가 피해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와 피해자의 보험금을 횡령한 행위에 대해 고발하고 광주지방고용노동청장에게 퇴직금 미지급, 임금 체불 등에 대해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밖에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게 피조사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육체적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이 이루어지도록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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