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형태가 변하고 전통개념이 바뀌면서 노인들은 육체적, 정서적으로 학대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드러나지 않은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노인들의 신고를 받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노인학대예방센터(04년 12월1일 개소) 유선애 소장을 만나 현장의 소리를 담았다.

△과거에도 노인학대 문제가 많았는지

노인학대예방센터 유선애 소장

우리나라는 노인학대 자체에 대한 언급이 없는 나라였다. 전통적 효 사상이 중요했기 때문에 노인학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부모 부양이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학대도 같이 생겨났지만 2003년에야 제도권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때부터 언론과 매스컴이 보도를 시작했고 노인학대가 거론됐지만 여전히 인식도 부족하고 전문가도 많지 않다. 캠패인이나 토론회 자체도 활발하지 못하다. 어떻게 보면 문제와 정책이 같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볼 수 있다.

△노인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정도.
인식이 없으니까 당하면서도, 가하면서도 노인학대인지 모른다. 따라서 우리일이 아니고 남의 가정일이라고 생각해 학대 사실에 대한 접근이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정의나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몇 차례 전국적 실태 조사가 이뤄졌지만 이것 또한 감춰지는 부분이 많고 시설학대는 접근 조차 어렵다.

△감춰지는 부분이 많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노인들 자체가 조사에 응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례가 많다는 의미다. 센터에서 조사차 노인들을 방문할때도 '아니다. 모른다. 내일이 아니다' 라고 얘기하지만 조금만 가까워지고 믿음을 주면 그때 이야기를 시작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자식들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쉽게 얘기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센터 설립초기에는 실명을 밝히지 않고 상담을 진행하는 사례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실명을 밝히고 도움을 청하는 분들은 최근들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재가 노인들이 당하는 학대나 묻혀진 사례들이 많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가장 많은 가해자는 누구인가.
센터에 접수된 사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유형조사가 가능하지만 이것은 드러난 학대의 결과다. 드러난 학대의 경우를 놓고 얘기하자면 아들 며느리가 가장 많긴 하다. 하지만 그들이 못되서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주 부양층이 그들이기 때문에 가해자로 집계됐을 것이다. 센터에서는 노인들이 최대한의 권리를 찾게 돕는 것이 우선이다.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보다는 그들에게 인식을 심어주고 부양 질이 개선될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노인학대예방센터에 대한 편견이 있을 것 같다. 
예방센타라는 명칭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말 그대로 문제를 미연에 예방하고 문제가 생긴 것들을 완화하도록 돕는 단체다. 그러나 사람들은 노인학대예방센타를 고발조치화해서 법적인 제재까지 가해지는 곳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법기관의 역할이고 우리는 가정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아 노인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을 대신하는 기관이다.
노인들은 학대를 당하면서도 자식을 처벌까지 원치 않기 때문에 선뜻 전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은 사건이 극에 달했을 때 최후의 보루로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더 일찍 오셨더라도 가족간에 합의가 가능했을테데라는 아쉬운 경우도 상당히 많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 달라.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조사를 들어가 학대라고 규정된 여러 가지 징후들을 체크하고 호적상 부양자에게 전화를 한다. 그러면 그들은 '이게 학대냐. 내가 학대한거면 전국에 있는 부모 모시는 사람은 다 학대가해자다' 라고 반발한다 이쯤 되면 노인들도 자신의 잘못으로 인식해 성급하게 마무리 지으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학대를 키울 뿐 절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일 예를 들자면 억대연봉을 받는 자식과 며느리가 있었다. 그들이 부모에게 한달에 지급하는 생활비는 10만원, 떨어져 살고 있었고 학대사실을 통보하자 "나는 할 만큼 했다"며 "왜 다른 형제 빼고 나만 부모 부양비를 대야 되냐고 더는 줄 수 없다" 라고 거부했다. 문제는, 노인들이 호화호식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금을 내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저생활비를 요구하는 것이다. 센터에서는 현장에 나가 자식들에게 부모 부양의 책임을 공동으로 나눠야 함과 동시에 형편성에 따라 새로운 대안들을 제시했다. 힘들게 진행된 일이었지만 센터장으로 화가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던 사례다.

△노인학대의 유형을 설명해 달라
몸에 가해지는 학대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것은 눈에 띄기 쉬운 일부분일 뿐이다. 와상으로 누워있는 노인을 방치해 욕창이 확산되게 방치 하거나 목욕등을 시킬 때 작은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것 또한 방임, 언어·정서적 학대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성적 학대와 재정적 학대, 노인 스스로가 자신을 방임하는 것 또한 학대다.
특히 대부분의 노인들이 재정적으로 학대를 받고 있다. 상담 사례를 들자면 다리가 아파서 파스를 하나 사려고 해도 돈이 없어 달라고 하면, 아들은 며느리한테 미루고 며느리는 카드밖에 없으니 다음에 주겠다고 미루고 나면 내민 손이 참 서겁다고 얘기한다. 당연히 돈 달라는 소리는 더욱 못하게 되고, 몸도 많이 아프지 않고는 병원에 안 가신다고 한다. 

△노인들도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이 필요하지 않은가
물론이다. 노인들도 힘이 있을 때까지 경제생활을 해야하며 그것이 힘든 상황일 땐 복지관등을 통한 사회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노인학대사례도 드러나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있다면
가정에서 문제가 발생되거나 힘든 상황이 되면 노인 혼자 고민하지 말고 1389나 129를 통해 상담하는 등 해결책 마련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으면 좋겠다. 학대는 받아들여야 하는 수모가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학대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확립된 서비스가 없어 복지사들이 일대일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다 못해 길을 잃고 있는 노인이 버려진 것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판단하기위해 동사무소를 찾을 때면 적극적인 분들이 있는 반면 공문 먼저 올리라는 답답한 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올해 센터가 갖고 있는 계획이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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