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1월 28일까지 입법예고한 ‘나눔기본법 제정(안)에 관련단체가 ’옥상옥‘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나눔기본법은 나눔의 자발성, 무보수성, 이타성, 공정성 등을 기본원칙으로 하며, 각 부처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물적나눔, 인적나눔, 생명나눔 관련 정책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돼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조율하도록 하고 있다.

나눔 활동을 하는 단체들에게는 기부연금제도 도입, 나눔단체의 행정적·재정적 지원도 주어진다.

국무총리 소속의 ‘나눔문화위원회’가 신설되며 보건복지부장관은 5년마다 나눔기본계획을 세우고, 매년 12월 5일을 ‘나눔의 날’로 정해 나눔을 실천하는 단체와 개인을 예우하고 포상하는 근거도 마련된다.

하지만 관련단체들은 시민사회의 의견을 배제한데다 이미 관련법이 있어 법의 중복성으로 운영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는 이와관련해 28일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문 앞에서 ‘보건복지부 나눔기본법 제정(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나눔기본법 제정은 무효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나눔기본법 제정(안)이 자원봉사활동기본법 및 기부금품모집법 등을 흡수·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이는 민간 자원봉사 및 시민사회의 의견을 배제한 법안이어서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훈 협의회 상임대표는 “자원봉사 영역이 법안의 주요 적용대상이자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계와 시민사회계의 의견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나눔기본법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나눔기본법 추진은 무효”라며 “자발성과 무보수성이라는 자원봉사의 중요한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모든 영역의 자원봉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나눔기본법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원봉사는 인적 나눔을 포함한 포괄적 행위로서 그 적용대상과 운영방식이 기부 및 생명나눔과는 다르다”면서 “문화적 가치인 나눔활동을 관이 주도해 법으로 규정할 경우 민간의 자발성에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이날 “추진과정상 자원봉사 및 시민사회 분야의 전문가 및 민간단체 의견이 완전히 배제돼 나눔정책이 사회복지정책 위주로 재편돼 자원봉사활동범위는 축소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나눔기본법은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의 기본 조항을 그대로 사용해 법적용에 있어 중복성으로 운영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기존 법안의 정책목표와 이념은 개별 법률의 개정을 통해서 충분하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주장은 2005년에 이미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이 제정됐고 12월 5일은 UN이 정한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로, 우리나라에서도 ‘자원봉사자의 날’로 제정해 기념해사를 치르고 있다는 이유다.

이들은 “매년 12월 5일을 지원봉사의 날로 지정해 기념행사를 하고 있는데, 같은 날을 나눔의 날로 지정할 경우 그동안 범자원봉사계가 자원봉사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온 에너지의 분산과 기념일의 의미가 희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자원봉사자의 날, 자원봉사진흥위원회, 자원봉사활동 5개년 기본계획 등 자원봉사활성화를 위해 제정한 자원봉사활동기본법에 담고 있는 기본이념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민간의 법적, 행정적 지원을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원봉사활동기본법, 기부금품모집법 등 기존 법안들이 부족하다면 나눔활성화를 위한 해법모색으로 문제점 진단 및 평가 등이 선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관련 법안의 주무부처위에 나눔기본법 주무부처를 별도로 둘 경우, 정부는 행정운영의 관리 중복으로 예산낭비를 초래하며 민간에서는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기자회견 후 이제훈 상임대표는 나눔기본법 제정 반대 서한을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하며, 앞으로도 자원봉사계의 의견을 정부, 국회 및 관계기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자원봉사센터중앙회, 한국자원봉사단체협의회 등 단체들과 자원봉사기본법을 담당하는 행안부는 “상위법을 만들기보다 기존 법을 내실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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