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19일 경남 함안에서 홀로 거주하던 근무력증 장애인 조 모씨가 집에서 동사 한 채 발견된 어이없는 사고 소식이 있었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다가 얼어죽는다는 상황이 벌어졌는지 모두들 당황스럽고 가슴 아파했던 사고였다.

조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자활후견 기관에서 파견되는 도우미가 배달해 주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살아왔었다. 그 날, 오래된 보일러가 터져 물이 방으로 흘러 들어와 몸이 굳어 가는데도 자신의 의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기에 그는 그대로 세상을 떠나버렸다.

누군가 잠시 그의 방문을 열어 보았다면 이런 변은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운 맘이 먼저 들었다. 단지 한 사람이 동사해 죽었 다기 보다 장애를 가진 한 사람이 평생 근무력증이라는 힘겨운 병과 싸우며 살다가 죽음마저도 편하게 맞지 못한 채 죽어갔다는 생각이 더 참담했다.
물론 주 5일 동안은 자활기관에서 하루 한번 도시락을 가져다 주면서 지켜보는 일은 했지만 장애라는 것이 주 5일만 있다가 주말에는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무런 제도, 지원 없이 방치된 그 이틀은 그냥 짧은 며칠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얼마전 장애인단체는 이 사건을 규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상담요청서를 제출했다. 과천청사를 찾은 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즉각 제도화하라는 외침과 함께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를 만났다. 어떤 답을 듣기 위함은 아니었지만 정책을 담당한다는 사무관이 단지 정책에 대한 예산과 절차를 무시할 수 없어 시일이 걸린다는 말과 함께 "왜 이 사건을 보건복지부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말은 이미 큰 상처를 안고있는 당사자들
에겐 너무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생각됐다.

함께 방문했던 장애인은 "장애인이 백 명쯤 죽어 나가야 정책이 세워지겠냐"라는 그 한마디가 지금까지 무수히 외쳤던 다른 여러 말보다 가슴에 오래 남겨졌다. 과연 더 많은 장애인들이 희생돼야 되는 걸까?
물론 정부가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데는 그만큼의 시일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목숨과 직결되는 이런 사안들은 그 당사자들에겐 너무 다급한 문제이기에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 좀더 빠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부가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제도방안 모색이 절실하다는 것은 모두 느끼리라 본다.

아무리 장관이 단체를 방문하고 불우한 이웃을 돌보자고 외치고 노력해도 그 일을 맡고 있는 실무자들이 안이한 자세로 책임을 회피해버린다면 당사자들을 위한 대안은 더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린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자라는 말을 쉽게들 말하고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 더불어사는사회라는 것이 무엇일까?

잘살고 있는 사람은 계속 그대로 잘 살고 그게 아닌 사람은 계속 바닥을 헤매야되는 지금 같은 세상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로 가는 길목은 언제쯤 우리 눈앞에 나타날지.... 추운 겨울 우리주위엔 사람들의 관심이 아주 절실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중요하겠지만 각자 관심 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지켜봐 주는 것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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