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중앙일보는 ‘"질문 간단히 써달라" ‘보청기 총리’, 문제 없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건강 같은 생물학적 조건은 후보자를 검증할 때 가장 기초적인 것”, “국무총리에게 건강한 청력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 이 논평은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및 대정부질문 등 국가 주요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회의를 주재하며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아 청력장애로 잘 듣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국정수행에 혼선이 빚어질 것이므로 김 총리후보자가 애국적인 결단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9일자 내일신문도 ‘박근혜 스타일’이라는 칼럼에서 “박 당선인은 대선과정에서 '실질총리'를 공약했는데 과연 장애인으로 고령인 김용준 후보가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실질총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다수 국민은 의아해하는 것”이라며 “실질총리가 아니라 '불청총리'가 탄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29일 성명을 내고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청력상태를 언급하며 청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국정 수행에 부적합한 자로 치부하는 내용의 기사에 대해 지극한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주장은 아직도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대한민국의 정치는 신체 건강한 비장애인들만 할 수 있다’ 라는 주장으로도 해석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각에 장애가 있다고 해도 청력을 보완할 수 있는 보조기기나 속기사를 동원한 문자통역 등의 지원을 통해 얼마든지 국정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그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부정적 사고만을 내세우는, 철저히 청인 중심적인 사고에서 출발해 전체 청각장애인의 능력을 무시했다“고 힐난했다.

농아인협회는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청각장애에 대한 낡은 사고와 편협한 시각이 현재까지 농아인의 정치참여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던 요인임을 천명한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의 재발방지 약속과 전국의 30만 농아인들에게 사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도 “연일 언론에서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불편한 신체를 언급하며 국정수행의 부적합함을 토로하고 있다”며 “‘보청기 총리’, ‘국무총리에게 건강한 청력은 필수’, ‘실질총리가 아니라 불청총리 탄생’ 등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는 말을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총은 “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은 모두 건강하지 못하다는 인식과 함께 공무수행이 적합하지 않고, 또 신체적 불편함 즉, 장애를 무능력함으로 조장하고 인식하게 하기에 충분하다”며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이상묵 서울대 교수 등 장애와 무관하게 사회와 인류의 발전에 공헌하고 있는 인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용준 후보가 갖고 있는 신체적 특성을 이유로 총리로서의 자질을 운운하는 것은 전근대적이고 옳지 않다”며 “언론의 차별과 편견에 가득한 김용준 후보에 대한 부정적 보도 행태는 480만 장애인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하다”고 분개했다.

이들은 “언론은 장애에 대한 편협된 시각의 보도 형태에 대해 즉각적인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는 바”라고 촉구했다.

한편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최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언론 등을 통해 부동산 투기 및 두 아들 병역면제 의혹이 제기되자 29일 총리 후보를 자진사퇴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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