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9일 김해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17살 소녀가 자신의 신변과 가정문제를 비관한 유서를 남긴 채 투신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꿈 많은 한 소녀가 짧은 생을 뒤로한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이 어떤 것이었는지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소녀가 남긴 유서에서 알 수 있듯이 청각장애가 자살을 선택한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을 비롯한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등 수많은 법들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방면에 있어 비장애인과 동등한 처우를 보장하고, 생활에 있어 불이익을 주지 않으며, 차별에 대해서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어로 원활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인을 무능력한 사람으로 취급하거나 소통의 대상으로조차 여기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몰이해로 인해 가족 내에서의 소외, 다양한 영역에서의 접근의 어려움, 교육과 고용에서의 차별 등 드러나지 않는 차별을 일상적으로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소녀의 극단적인 선택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는 조금 다른 장애인을 수용하지 못하는 불편한 시선과 태도 등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장애를 가진 성인들도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수없이 절망에 빠지는데 하물며 어린 소녀가 세상 속에서 느꼈을 두려움과 외로움이 어떠했을지 어렵지 않게 가늠해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농아인복지의 현주소와 문제들을 다시금 돌이켜보고 더 이상 장애로 인해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2013년 1월 30일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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