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아시아나 항공 노동조합이 지난 해 6월, 공공운수 노조를 통해 제기한 승무원 용의복장 규정에 관한 진정 사건에 대해 성차별로 판단하고 시정 권고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늦게나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본래의 진정 사항은 치마 유니폼에 대한 규정 뿐 아니라 용의복장 규정 전반의 성차별적 조건들에 관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치마 유니폼에 관한 내용만을 언급한 것에 큰 유감을 표하며, 아울러 아시아나 항공에 국가인권위원회 수정 권고의 즉각적인 수용과 용의복장 규정 전면 개정을 촉구한다.

이번 진정의 대상이 되었던 아시아나 항공의 ‘캐빈승무원 용모복장 관리절차 운영표’에 의하면 아시아나 항공은 여성 승무원들에게 치마 유니폼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화장법, 머리에 꽂을 핀의 개수, 메니큐어 색깔, 헤어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용모와 복장에 관한 거의 모든 부분을 일일이 규정하여 강제하고 있으며 안경조차 착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아시아나 항공은 이에 대해 승무원의 용모와 복장은 서비스 품질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이자 고객만족을 위한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의 일부이며, 글로벌 경쟁 시대에 회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적 수단으로 기내 안전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 있으므로 차별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항공법 제2조는 ‘객실 승무원이란 항공기에 탑승하여 비상시 승객을 탈출시키는 등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승무원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 업무가 아니라 기내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이 승무원 본연의 역할인 것이다.

그럼에도 기내 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아니라 승무원의 용모와 복장을 ‘서비스의 일부’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내세우며 승무원들을 마치 비인격적인 제품을 다루듯 하는 아시아나 항공의 태도는 여성 승무원들에 대한 성차별일 뿐 아니라 이들 노동의 전문성과 인격을 무시하는 반노동, 반인권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비단 아시아나 항공 뿐 아니라 대다수의 항공사와 대형 백화점 등 여성들이 서비스 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많은 직종에서 해당 업무에 대한 여성들의 전문성과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용모와 복장을 규제함으로써 여성 노동자들에게 노동자가 아닌 상품의 일부가 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 노동자들의 타당한 문제제기와 이에 대한 인권위의 권고 결정을 계기로 아시아나 항공 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들에게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용의복장 규정을 강요하고 있는 모든 노동 현장에서 이와 같은 차별적 규정이 즉각 시정되기를 기대하며 아시아나 항공에 다시 한 번 즉각적인 용의복장 규정 전면 개정을 촉구한다.

2013년 2월 5일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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