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특성상 머리를 잡아채는 행동을 하는 원생이 식사시간에 그러한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먹고 있던 밥을 잔반통에 버리고 화가 난 원생이 울면 질질 끌다시피 부서로 데리고 가 손으로 머리 등을 구타하고 계속 울면 방에 넣고 밖에서 걸쇠를 걸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행동을 교사 누구든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황리예 오순절평화의집 산하 장애인거주시설 '천사들의집' 생활교사는 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오순절 평화의마을 증언대회’에서 시설 내 생활인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이같이 폭로했다.

사회복지법인오순절평화의마을인권침해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 증언대회에는 오순절평화의마을 산하 평화재활원과 천사들의집 전 직원과 현직교사, 그리고 시설거주인 가족 등이 참가해 시설 내 인권침해 상황을 낱낱이 밝혔다.  

천사들의집 원장과 사무국장, 평화재활원 사무국장 등 직원 몇 명이 노조를 만들어 법인의 비리와 거주인 인권침해 실상 등을 법인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부산시와 시설의 지도·감독 책임이 있는 여주군에 알렸고 노조원들은 해고됐다.

여주군 경찰서는 비리, 횡령,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때리고 가두고…남녀 구분 없는 목욕도 ‘일상적’

이 날 황리예 교사는 “원생 일부가 자해를 하거나 타인에게 해꼬지를 한다며 손을 뒤로 묶고 묶인 채로 식사 및 간식을 지급해 손이 묶인 원생은 떨어진 개처럼 엎드려서 입으로 간식을 먹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밤에 소변실수가 잦다는 이유로 물을 거의 주지 않고 식사 시에도 물을 빼고 건더기만 주는가 하면 좁은 욕실에 23명을 몰아넣고 20분 만에 목욕을 시키는 것을 자랑하는 교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말을 알아듣는 장애인들에게 "니가 그러니까 장애인이지" , "재는 정말 미친 애 같아"라며 모욕적인 말을 서슴없이 한다”고 밝혔다.  

황 교사는 “원생들이 혼을 내는 무서운 교사의 말은 잘 듣지만 신입교사나 혼을 내지 않는 교사의 말은 잘 듣지 않기 때문에 원생들에게 세게 보여 통제하기가 쉬워지도록 혼을 내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인권침해를 하게 됐다”며 “그동안 했던 행동들을 반성하고 지켜주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고백했다.

신해 전 평화재활원 사무국장은 “어떤 부서에서는 여성장애인의 목욕을 남성 직원이 하거나 반대로 남성장애인 목욕을 여성이 맡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장애인들을 직접 담당하는 생활재활부서의 상당수의 직원들이 습관적으로 죄책감도 없이 일상적으로 인권침해를 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인권침해라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들을 때릴 수도 있지”도 넘은 법인의 묵인

신해 전 국장은 “평화재활원과 여주천사들의집의 시설거주 장애인들에 대한 폭언, 체벌 등 인권침해가 몇몇 부장과 직원들에 의해 2011년부터 드러나기 시작해 지난 해 4월 심각성이 표출됐다”며 “그러나 평화재활원 원장은 함구령만 내린 채 인권침해 방지나 개선, 인권침해 직원에 대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침해 사례글과 입소 장애인의 인권침해 면담 녹음내용 등을 보고한 데 이어 내용증명까지 보냈지만 법인과 법인이사회 모두 시정조치는 커녕 "안 때리는 시설이 어디 있냐", "모든 건 다 막을 수 있어"라며 묵살했다”고 밝혔다.

황리예 교사는 시설 내부 분위기를 “시설 직원들은 사실을 말하면 시설이 폐쇄될 것이며 그러면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을 말하지 않고 오히려 사실을 폭로한 직원들을 따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여준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일부 나쁜 마음을 먹은 재활교사들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그걸 인정하고 묵인하는 것은 조직의 문화이며 1차적 책임은 운영자인 법인에 있다”며 “그러나 법인은 그 누구도 사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만들려 하지 않았으며 ‘시설 폐쇄 공작’ 운운하며 직원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입단속을 시키며 직원들 간의 갈등 상황으로 몰고 가는 등 은폐와 축소를 일삼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도가니’ 사태를 통해 성폭력과 극악한 폭력 등 극단적인 인권침해에만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며 "다른 사람들의 경우, 신체적 자유, 선택과 결정의 자유, 문화 등 모든 것을 인권이라 부르면서 왜 시설거주인들은 폐쇄된 곳에서 힘 있는 이들의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태도로 인해 자존감을 상실한 채 동일한 일과시간을 강요받고 따르지 않을 때는 감금과 체벌을 당해도 인권침해로 보지 않나"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사를 했고 인권침해가 드러났고 피해자가 있지만 해결은 없는 우리의 시설정책이, 시설 인권문제가 언제까지 방치돼야 하나”며 “우리의 인권의식은 언제까지 저급하게 바닥을 쳐야 하나”고 질타했다.

한편 지난 1월 평화재활원 원장으로 부임한 변현구 신임 원장은 “인권침해 관련 기록들을 오늘 처음으로 접했다”며 “자료의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시 뼈를 깎는 각오로 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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