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죽음은 단순히 업무과중에 의한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다양한 문제들의 복합적 결과라는 점에서 대구와 경북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2004년 격무에 시달리던 달서구의 한 사회복지공무원(당시 29세)이 병원에 갈 시간조차 찾지 못하다 암으로 숨진 사건이나, 작년 4월 민원인에게 서구의 사회복지공무원이 폭행당하는 대구지역의 사건도 내용은 같은 맥락이다.    

이는 폭증하는 복지수요에 비해 인력확충과 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은 동반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를 정부와 지자체가 방치한 결과다.

현재 13개 중앙부처 292개의 복지업무가 인력수급에 대한 대책없이 읍면동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집중되는 소위 ‘깔대기’ 현상은 심화되고 있고, 올해부터는 무상보육과 교육비지원 등이 더해져 주말도 반납하고 밤늦도록 일할 정도로 노동강도와 스트레스는 더욱 높아졌다.

한마디로 정부 모든 부처의 대국민 행정서비스를 위한 조회, 선별 등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사회복지통합전산망’으로 일원화되고 있고, 이를 일차적으로 접수하여 처리하는 곳은 바로 읍면동이며, 사회복지공무원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업무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교육비(학교급식비 등 4개 항목) 지원업무는 작년까지 학교에서 처리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업무였지만, 올해부터는 보건복지부가 업무를 맡으면서 고스란히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로 전가되었다. 기존의 일선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하중도 엄청난데, 양적으로도 많은 추가업무를 또다시 맡게 된 것이다.

특히 대구는 대구교육청이 보편적 급식을 하지 않고 선별급식을 고집함에 따라 학교급식비 지원기준을 대구 학부모 중 50%~60%이상이 신청 가능하도록 해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업무를 더욱 가중시켰다. 2개월 아르바이트 비정규직들이 교육비 신청접수를 받으면 상담, 소득재산파악, 사례관리 등은 오로지 사회복지공무원의 몫이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노동환경인데, 다른 지역에서는 불필요한 일까지 맡게 되어 대구의 사회복지공무원들의 노동강도를 전국 최악으로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일년 중 2월과 3월의 사회복지업무는 말 그대로 지옥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핵심은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는 인력확충에 있다. 그런데 사회복지공무원은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이른바 총액인건비제라는 제도에 묶여 인력을 증원하기 힘들다.

2011년 정부가 찾아가는 복지행정을 한다면서 발표한 사회복지직 인력 확충 계획에도 증원된 인력에 대해 3년간 한시적으로 중앙정부가 70%만 부담하고 이후에는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해당 지자체는 인력충원에 부정적이었다.

총액인건비제를 통해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통제하고, 오히려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하면서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해 왔고, 지방정부는 총액인건비 제한을 풀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 왔다.

중앙정부는 총액인건비제를 규제하면서도 인력을 충원하라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취해왔고, 지자체는 총액인건비제 때문에 인력을 충원할 수 없다며 막무가내로 버텨왔다. 그 결과, 적정 업무량에 맞는 적정인력을 배치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우리복지시민연합은 기존의 인력으로는 복지수요와 시스템을 감당할 수도 없고, 사회복지전달체계의 동맥경화를 해결할 수도 없음을 이번 죽음을 통해 다시한번 더 확인하였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에 아래와 같이 강력하게 요구한다.

1. 박근혜 정부는 재발방지를 위한 공공복지전달체계 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하라.

2. 정부와 지자체는 인력과 예산을 통제하는 총액인건비제를 폐지하라.

3.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복지인력 충원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에 적극 나서라.

역대 모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회복지전달체계 개편 논의를 했지만, 인력확충과 전달체계 개편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실패했음을 박근혜 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수립을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하면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2013년 3월 7일

우리복지시민연합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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