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역대 복지부장관은 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료계 출신들이 많았고, 여성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인선이 이루어지곤 했다. 그러다 보니 역대 장관들 중에서 복지정책 전문가를 꼽으라면 겨우 한 사람뿐이다. 이렇듯 전문성과 리더쉽이 다른 부에 비하여 덜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 채 인선이 이루어지곤 하던 복지부장관 자리가, 유력한 대권후보이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이던 김근태에 이어서 유시민이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중요한 자리로 부상되고 있다.

복지연합신문 발행인은 신년사에서 “사회복지국가 건설은 대세이며, 필연적이므로 우리는 어차피 이긴 싸움을 하고 있으며, 단지 우리의 노력은 그 시일을 앞당기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노대통령의 유시민의원 임명을, 정치권에서 대권주자로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인식하고 비판이 들끓는 것을 보니, 복지부의 중요성이 커졌으며 우리가 이기는 싸움을 하는 것 같다.

한국은 GDP 중 복지예산이 OECD 가입 국 중에서 줄 곳 꼴찌에서 둘째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2001년부터 멕시코가 제도를 개선함에 따라 꼴찌로 하락하였다. 누가 장관이 되든지 국제적 표준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GDP규모 세계 10위 국가에 걸맞게 복지수준을 향상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과 설령 정부예산을 집행하더라도 복지수혜는 ‘마치 장관의 선심으로 지급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정치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정치가는 복지장관자리를 탐낼 만 하고, 대통령은 차기 대권주자로 밀어주고 싶은 사람을 임명하여 인지도를 높일 유혹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복지주체는 수급권자들이므로, 복지부장관의 인선에 있어서 임명권자는 복지수혜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누가 가장 자신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신들의 생존권, 노동권, 복지권 보장에 대한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사심 없이’ 헌신할 수 있는 인물로 받아들여 줄 것인가를 가장 먼저 고려하여야 마땅하다.

그리고 지금은 현안인 양극화해소, 저출산?고령화, 연금개혁 등의 문제에 관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 내어야 할 중요한 시점으로서, 정책수행능력이 탁월한 전문가를 임명해야 할 때이다. 복지부장관직을 통하여 누구를 키워 줄 것인가?, 혹은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어 정권재창출이 가능토록 할것인가? 차원에서 인선이 이루어지는 것은 잘못 되어도 많이 잘못되었다. 인품과 리더쉽을 갖춘 정치가라면 설령 속내가 ‘대권주자 키워주기’이더라도 도저히 겉으로 드러내어서는 안되는 당파 이기적인 욕망을 장관인선에서 드러내어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여론이 들끓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인사임에 틀림이 없다.  

한편 복지발전과 수급권자들의 복지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설령 정치장관이라고 하더라도 복지부장관으로서 복지정책에 대하여 많이 공부할 기회가 있었고, 한국의 복지발전을 위하여 많은 고민을 해본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 같은 정치장관이라고 하더라도 김근태의 임명 시에 별 잡음이 없었을 것이다.

이에 비하여 유시민의 장관임명설이 나돌 때부터 황우석으로 도배되던 신문들이 유시민으로 바꾸어 도배될 정도로 여론이 들끓었는데, 이 사실을 통하여 유시민에 대한 평가가 당 안팎에서 노대통령이 생각하는 만큼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설령 유시민이 지난 대선 때 갑자기 혜성처럼 떠올랐던 노대통령처럼 흥행에 성공할 소지가 있는 인물이었다고 하더라도, 노대통령의 정치적으로 미숙한 장관인선과 그 과정의 잡음을 통하여 유시민은 많은 표를 잃었고 견제세력들을 결집시킨 결과를 초래하였다.

현재는 국민연금개혁,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 사회 양극화 해결, 근로빈곤층의 소득보장, 등 굵직굵직하고 민감한 현안들이 많은데, 각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와 복지행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 등이 난마처럼 얽혀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당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더라도 기획예산처와 경제부처의 견제를 뚫고 복지제도를 개선하기 어려운 마당에 보수적이고, 국회 보건복지위 활동도 미미했을 정도로 복지마인드가 부족한 장관이, 여당 내의 반대세력들을 결집시킨 가운데 장관직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 결국 복지현안들을 표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다행히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르는 복지이슈는 연금정책인데, 유시민의 연금법안은 처음에는 불입하는 돈은 그대로 두되 받는 돈만 줄이자는 안이었는데, 정부안인 효도연금제를 받아 들여서 내는 돈도 늘인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한나라당과 민노당은 기초연금제도를 주장하고 있는데, 유시민은 수혜자를 저소득층으로 제한해 재정부담을 줄인 효도연금제로 한나라당에 명분을 주고, 민노동당안도 수용하는 등의 타협점을 찾는 노력을 했다. 연금과 관련된 이러한 노력들을 통하여 유시민은 대타협을 통하여 기초연금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 주었다. 유시민장관은 연금제도 하나 만이라도 제대로 개혁하여 장관직 수행 초기의 불협화음을 잠재우기를 바란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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