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 늘리는 심부근육 운동

이제정(삼성통증의학과 과장 / 교정재활 스포츠클리닉 센터장)

오래 전 일이다. 예순 넘은 아들이 아흔의 아버지의 목을 졸라 사망하게 한 내용이 신문에 나와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이 있었다.

이야기인 즉, 형편이 좋지 않았던 집안에서 암에 걸린 아들이 집중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려하자, 건강이 좋지 못해 간병이 필요한 아버지가 “나는 어떻게 하고 두고 가니?”하자 삶을 비관한 아들은 아버지의 목을 조른 사건으로 내겐 너무 충격적이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복지가 아흔 넘은 아버지를 책임져주지 못한다는 현실에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최근 복지예산이 100조원이라고 하지만 순수 복지예산은 그에 절반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앞으로 십수 년 후에는 평균수명이 100세가 될 거라는 이야기들이 있다. 여기서 평균수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수명'에 대해 집중해야한다.

건강수명이란 질병의 경중에 따라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나빴던 횟수를 산출하여 이를 전체 평균수명에서 뺀 것이다.

한마디로 아프지 않고 육신의 자유로움을 영위할 수 있는 나이까지이며, 아프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이 죽음을 기다리는 고통의 연속의 날을 삶을 마감하는 나이까지를 뺀 시간이다. 이것이 '건강수명'이다.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달로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건강하지 못하고 오래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큰 재앙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망원인들이 심혈관계질환, 뇌혈관계질환, 암 등과 같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행이 자유롭지 못한다면 건강은 급격하게 나빠지며 건강수명부터 평균수명까지의 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건강하지 못하여 활동성이 떨어지고 점차 행동반경이 좁아들고 야외보다 집에서의 생활이 길어진다면 건강은 급격하게 나빠질 수밖에 없다.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가장 기초인 심장은 불수위근육으로써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부지런히 움직인다. ‘오늘은 피곤하니 조금 쉬어야지’하고 쉬는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근육이 아니다.

생명활동에 기초가 되는 심장은 적당히 움직여줘야 힘찬 박동을 할 수 있으며, 심장을 통해 빠져나와 몸의 사지 말단까지 들어간 혈액들은 적당한 근육운동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혈액이 흘러들어 간다.

또한 정상적인 움직임들은 디스크 및 각 관절에 영양을 공급해 줄 수 있는 기전들을 발생시키며, 우리 몸을 스스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몸이 불편하여 활동성이 떨어지고 침상생활을 한다면 각 관절에 영양공급이 떨어지게 되고, 신경근들의 능력들이 떨어지게 되어서 건강을 잃을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오는 보행의 특징은 구부정한 자세이다. 디스크의 경우 신경가지가 빠져나오게 되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자세이며, 협착증의 경우에는 황색인대를 늘려 통증을 피하기 위해 나오는 자세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제외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의 몸은 굉장히 불안정해진다. 한마디로 올바른 보행의 안정성이 떨어져 우리의 몸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무게중심을 낮추게 되며 몸을 앞으로 숙이는 구부정한 자세가 된다.

또한 더 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바닥에 닿는 면적을 넓히려고 팔자걸음으로 걷게 되고 이와 동시에 족궁이 모두 무너지게 된다. 이러한 걸음걸이는 돌부리에 쉽게 걸려 넘어질 수 있는 자세이며, 또한 발목, 무릎, 고관절, 척추의 퇴행성질환들을 야기시킨다.

보행이 자유롭지 못하여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하고 육신의 자유로움을 영위하지 못한다면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질 것이다.

바른걸음을 걷기 위해서는 무게중심을 다시 높일 필요가 있다. 이때 근육의 적당한 긴장도가 있어줘야 무게중심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몸통의 심부근육에 대한 운동이 선행 되어야 한다. 이때 시선은 수평보다 조금 위로하여 전방을 보고 턱은 뒷머리 쪽으로 끌어당긴다.

또한 등은 곱게 펴고 어깨는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가슴을 약간 내밀어 줘야 한다.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면 시선이 아래로 향해 다칠 수 있으므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허리를 곧게 펴고 허벅지에는 힘을 빼며 팔을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들어 준다.

이때 주의할 점은 발은 11자로 걸어야하며, 체중의 이동은 발뒤꿈치 외측부터 바닥에 닿아야하며 마지막에는 엄지발가락으로 차고 나가는 추진력이 있어야 된다.

오래살기 위함이 아닌 '건강하게 살기위한 바로서기' 오늘부터 시작해 보길 바란다.

요즘 재미있지만 씁쓸한 유머가 하나 있다. ‘유전100세 무전70세’라는 말. 그러나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으러 가는 재미, 보고 싶은 곳을 보러가는 재미, 스스로 이것들을 찾아내어 즐길 수 없이 아프면서 오래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재앙이 아닐까 필자는 생각한다.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할 것도 없다. 오늘부터 바로서서 걸어보자.

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