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등급제폐지 대토론회서 주장

 장애인등급제가 장애인 인권을 침해하고 있어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5일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대토론회'에서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김동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총장은 “장애인등록제와 등급제가 장애인복지발전에 기여하긴 했지만 장애등급의 편의성 뒤엔 장애로 인해 처한 개인적상황보다 장애등급 정도가 우선 고려되는 비인간적인 면들이 노출됐다”고 말했다.

 

또 “2000년 UN이 발표한 새로운 장애개념 'ICF'에 따르면 장애는 의학적인 손상이나 기능장애뿐 아니라 참여와 활동에서의 제약적 요인 등 개별성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포함해 평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는 1982년부터 지금까지 3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의학적 기준에 의해 장애등급을 분류하고 있다”며 “국제적인 장애 기준이 달라졌음에도 행정의 편의를 위해 국제적 추세마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인고용공단은 2001년부터 직업재활서비스대상 선정 시 ▲장애 및 건강상태에 대한 의학적 진단 ▲소득수준 ▲일상생활기능과 보편적 근로능력에 대한 검증 ▲근로경험 ▲본인 의사 및 욕구 고려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획일적인 장애등급제 판정제도의 한계를 이미 알고 있기에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등급 폐지는 창의적인 전달체계의 구상을 가능하게 한다”며 “등급제를 대체할 다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정부는 형평성과 객관성을 강조해 엄격히 규정된 심사를 시행해오고 있지만 2007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총 9만2817건의 장애등급심사 결과, 장애등급이 하향된 경우가 무려 36.7% 상향조정된 경우는 겨우 0.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장애인계는 장애등급제폐지가 근복적 대안임을 인지하고 있다”며 “장애인등급제가 존재하는 한 장애인은 손상된 몸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낙인화 문제, 등급에 따른 급여제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장애등급폐지 대안으로 직접적소득보장제도로의 전환, 부양의무제 폐지, 최저생계비 현실화, 장애인연금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양의무제가 존재하는 한 장애인은 가족의 보호대상으로 살아가도록 강요당하는 현실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인환 AP-DPO United 의장은 “박근혜 정부는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공약했다”며 “맞춤형은 개별화를 전제로, 개별화는 등급화 및 그룹화와 상반된 말이므로 등급제 폐지는 필수”라고 촉구했다.

반면 정충현 보건복지부과장은 “신체적, 사회환경적 요건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건 가능하지만 모든 여건을 포함한 기준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복지총량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소수의 약자가 더 낮은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은 반대”라며 “현상유지가 더 낫다”는 설명했다.

한편 "점차적으로 등급제 폐지 방향으로 진행해나갈것"이라며 처음과 다른 주장의 발언을 꺼내기도 했다.

엄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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