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지회에는 가슴아픈 사연의 기부자가 있어 주위 사람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모금회를 직접 방문해 성금을 전하고 싶었다"며 찾아온 주인공 정 모 씨가 꺼내어 보인 돈(성금)은 꼬깃꼬깃 접혔던 흔적이 역력한 1천원과 1만원권 지폐 몇 장이었다.

성금을 전달받은 대구지회 김미정 씨는 "전달한 성금은 일십만 원이었으나, 이 돈은 하늘에서 되돌아온 사랑의 마음이었기에 가슴이 시려왔고, 무엇보다 소중했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모금회측이 설명한 기부자의 사정은 이러했다.

모금회를 찾아온 정 모씨의 딸 미선이(가명, 여, 12세)는 지난 2004년 4월 발병한 악성뇌종양으로 투병하던 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지회의 난치병 학생 돕기 지원사업에 선정돼 2005년 1천9백여만원의 이웃사랑 성금을 지원 받아 수술을 받았으나, 병세가 악화되어 끝내 완치되지 못한 채 2005년 11월27일 하늘로 떠나게 됐다.

자신들보다 앞서 사랑하는 자식을 떠나보낸 정 씨 부부는 미선이 사망 후 딸아이 방에서 미선이가 그 동안 좋은 곳에 쓰겠다고 조금씩 용돈을 모아뒀던 돼지저금통을 찾아내곤 그 자리에 앉아서 목 놓아 울음을 터뜨릴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돼지저금통과 그 안의 많지 않았던 돈은 미선이가 세상에 남긴 따뜻한 마음인 셈이었던 것이다.

정씨 부부는 "아직까지는 힘든 생활로 큰 보탬이 되지 못하는 작은 성금"이라며 "딸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다른 어려운 이웃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에 작은 돈이지만 기부하게 되었다. 그러나 미선이의 마음과 사랑이 담긴 이 돈이 또 다른 어린 생명을 구하거나 굶주린 아이를 살리는데 값지게 쓰였으면 하는 바램이다"라며 성금을 놓고 사라졌다.

비록 미선이의 생명에 불꽃은 꺼졌지만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견디어 내고 있는 다른 이들을 조금이나마 돕고자 했던 미선이의 마음과 사랑은 이땅에 훈훈한 온정은 남겨주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세상에 따뜻한 마음을 남긴 정 씨의 예쁜 딸을 희망2006이웃사랑캠페인-62인의 나눔 릴레이 43호 행복 지킴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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