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노인보장 수발제도 시범지역이 일부 확대되고 노인일자리가 늘어난다. 작년 삼성경제연구소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시니어스를 겨냥한 마케팅 사업의 성공도 눈에 띄는 것으로 보고됐다. 대박사장이 되려면 오팔족(Old People with Active Life,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며 사는 노인)을 잡아야 한다는 유행어가 등장할 정도니 노인파워를 무시하면 안되겠다.

그러나, 이런 기분 좋은 소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노인요양병원을 혐오시설로 간주, 집값에 혈안이 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는가 하면, 매년 제주도에 버려지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빈곤하게 살아가도 하소연 할 곳 없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는 이들보다 분명 많지만 그들을 위한 혜택은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라는 식이다.
제대로 돌보지 못할 바에야 가족이나 자식이 없는 편이 노인 입장에서는 더 나을 수도 있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치매노인요양시설의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권자'를 우선 수용하기 때문에 일반 저소득 계층 및 중산층의 치매환자는 사실상 입소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최근 실비 전문요양 시설이 건립되고 있으나 이도 그 수가 부족해 100∼200여명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 무료 요양원이나 양로원 또한 기초수급자가 아니면 대상자가 안되고, 그도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을 경우에는 제외된다.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해서인지, 고령사회 위기를 실감해서인지 올해부터 2008년까지 노인요양시설이 대대적으로 확충된다는 계획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그것마저도 반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시민들이 시설을 기피해 반대할 경우나 지방자치단체가 가지고 있는 재정이 부족하다면 2008년까지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그동안 방치되야 하는 저소득 노인당사자들이다.
2008년이 되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그때까지는 좀 힘들어도 참고 기다리라는 말은 복지에 대한 근본적 접근부터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얼마 전 참석한 세미나에서 한 토론자가 "정부는 문제를 제기하면 있는 정책을 보완해 활용할 생각보다 예산 먼저 잡고 부처부터 신설한다"며 "돈은 돈대로 낭비고,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나아지지 않은 형국"이라고 일침을 가한적이 있다.
얼마전 장애인이 집안에서 동사한 사건으로 장애인단체 대표가 보건복지부 관계자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한 일이 있었다. 이때 관계자 말이 가관이다. 책임을 지기 위해 시범사업을 진행 중에 있지 않냐는 말과 함께 복지사업이라는 것이 계획이 있다고 바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며, 시간을 두고 절차를 밟아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려 단체장들을 설득했다.

물론 관계자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일정과 정책이 그러하다고 해서 국민들은 법이 제정 될 때까지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는 말속에는 분명 무책임함이 들어 있다. 그러라고 세금내서 앉혀 놓은 자리가 아닐텐데…
지금도 저소득층 사람들을 인터뷰 할 때면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사회복지는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믿고 사는건 죽으나 사나 몸뚱아리 하나 뿐이다"라고….
허탈하게 내뱉는 그들의 말속에 정부와 정책이 간과하고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되짚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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