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계에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연말 갑작스럽게 출범, 많은 사람들에게 '의혹'을 받았던 한국장애인단체협의회(한장협)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면서 치고 받는 성명전이 시작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상임대표 김성재)는 지난 20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 장애인3단체가 모인 한국장애인단체협의회는 또 다른 분열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장총은 이 성명에서 "지난 13일 한국장총 이사회에서 한국농아인협회 주신기 회장이 참석, (한장협)의 그간 경과와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됐었다"며 "이 자리에서 주 회장은 '장애인당사자 단체들이 그동안 분열과 갈등이 원인이 되어 장애인운동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기에 이를 화합하는 측면에서 자리를 함께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국장총은 또 "주 회장이 '(한장협)의 결성목적이 단체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서로 화합하고 합쳐서 장애인당사자를 위한 활동을 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장총에서 탈퇴를 하거나 또는 단체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총의 성명서는 여기까지는 주 회장의 말을 빌어 '일반적인 상황'를 설명하는 데 그쳤으나 곧 이어진 성명서는 한장협 주도세력인 장애인3단체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농맹 장애인3단체가 모인 한국장애인단체협의회가 장애인계 또 다른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장총 신년인사회.

한국장총은 "장애인 사회통합의 실현을 위한 장애인단체의 활동은 장애인의 권익과 장애인당사자의 자립, 자기결정권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기존 장애인단체들이 얼마나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헌신했으며, 장애인들이 당사자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해 왔는지에 대한 자기반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장총은 또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을 위한 조직체라면 앞으로 개인이나 단체의 이권을 실현하기 위해 장애인을 이용하거나 분열과 반목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며 "신체적 조건을 기반으로 한 무조건적인 장애인 당사자주의는 배격돼야하며 맹목적인 당사자주의를 이용해 활동의 정당성을 부여받겠다는 발상은 버려야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장총은 이어 "한장협이 더 이상 세간의 의혹을 사지 않기 위해서는 장애민중의 권익을 위해 결성됐다는 순수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한다"며 "만일 이를 어기고, 결성된 조직을 이용하여 개인이나 특정 단체의 이권을 챙기려하거나 장애계의 분열을 조장하려 한다면 한국장총만이 아니라 장애민중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장총은 마지막으로 "한국장총은 일방적인 장애인당사자주의는 지양할 것이며 장애민중의 입장에서 당사자주의를 정립하고 실천해 나가겠다"며 "이를 통해 장애인의 사회통합 실현을 위한 장애인단체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장애인 개인의 자립과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실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장총의 성명에 대해 한장협 소속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장애인당사자단체를 분열시키는 간계를 포기하라'고 반박했다. 한장협 발족식.

이 같은 한국장총의 성명서에 대해 한장협 소속단체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는 즉각 '또 다시 당사자단체를 분열시키는 간계를 포기하라'는 다소 거친 내용의 반박성명을 내놓았다.

지장협은 이 성명서에서 "장애인3단체가 연대활동을 공식선언함으로써 진정한 단결과 화합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며  "한장협은 장애인당사자의 권익신장이라는 목적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국장애인역사상 가장 순순한 목적을 가진 연대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장협은 "최근 장애계 일각에서 난무하는 추측과 의혹은 한장협의 순수한 결집목적을 훼손하고 심지어 당사자주의 이념을 폄하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한국장총의 성명서는 장애인당사자단체의 분열을 유도하는 장애인관련단체로서의 간계와 모략을 드러내고 있다"고 공격했다.

지장협은 이어 "한국농아인협회 주신기 회장이 한국장총 이사회에서 언급했듯이 '지농맹의 결성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장애인당사자를 위한 활동으로 단체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활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오히려 한국장총의 성명이 장애인당사자단체의 분열을 유도하고 있다"고 쏘아 붙였다.  

지장협은 또 "1998년 정치권력을 맛본 장애인관련단체가 힘과 예산의 논리로 장애인단체의 분열을 획책하고 장애대중을 농락해 왔으며, 지난해에도 한국장애인단체연합회(장총련) 회원단체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를 대상으로 비밀리에 만나 탈퇴를 권유하다가 거절당한 한국장총의 야욕은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며 "장애계의 발전을 위해 순수한 의도로 당사자단체가 힘을 합쳐 공동노력하겠다는 것에 또 다시 비난을 일삼는다는 것은 오리혀 단체분열을 통한 반사이익을 챙기겠다는 숨겨진 간계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장협은 또한 "한장협희 결성은 장애인당사자단체와 장애인관련단체간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필요성에 의해 출발했다'며 "장애인단체의 연대를 두려워한 한국장총은 '분열'과 '구분'이라는 기본적인 단어의 뜻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장협은 이와 함께 "한국장총은 '무조건적인 당사자주의 배격', '일방적인 장애인당사자주의 지양' 등의 언급을 통해 장애인당사자주의 이념에 대한 거부의식을 은연 중 드러내고 있다'며 "이러한 그들이 장애민중 운운한 것은 가소로운 일이다"고 힐난했다.

지장협은 또 "한국장총은 정작 장애인당사자를 배제한 채 '장애인의 자립과 자기결정권 보장이라는 환경실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다"며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구태의연한 모습이 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장애인당사자의 자조적인 활동을 내심 반기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장협은 끝으로 "장애인당사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지 못할 만큼 무능력하거나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며 "한국장총은 장애인당사자들의 자립활동을 돕는 보조자로서의 임무에만 충실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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