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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순도/그리스도대학교사회복지학부겸임교수 |
군신과 부자의 역할의 올바른 정립을 제창한 이말은 그의 정명론(正名論)을 쉽고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바른 정치는 사회구성원이 각기 자기의 본분을 다할 때 구현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군신은 나라의 기본단위이고, 부자는 가정의 기본단위이다.
임금과 신하가 각자의 본분을 다하지 않을 때 나라는 망하고 부모와 자식이 각자의 본분을 다하지 않을 때 가정은 파탄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열린우리당 유시민(柳時敏) 의원은 4일 성명서를 통해 "다른 모든 일을 다 잊고 오로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야당과 일부 언론, 그리고 우리당 일각의 비판과 걱정을 의식하면서 한 말이지만 그가 복지부장관이 되어 시종 일관 이 다짐대로 소임을 다한다면 복지부장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될 것이며 우리 나라 보건복지가 진일보되는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다.
또 그는 "국민들의 아픔과 소망을 함께 나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마 여기서 말하는 국민들이란 구체적으로는 저소득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 등 사회복지서비스 수요자를 포괄적으로 지칭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여기에 사회복지 서비스 공급자 특히 사회사업 현장일선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아픔과 소망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부나 사회는 사회복지종사자들보다는 사회복지 수요 대상자들의 아픔과 욕구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
이러한 태도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정치 사회적 명분이 뚜렷하여 공자의 정명론으로 볼 때도 타당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일선 사회복지서비스 실천가들의 아픔과 소망에 귀를 기울이는 데는 상대적으로 인색하다는 생각이며, 실제로 역대 정권이 약속한 처우개선이 한 번도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 행여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자들의 아픔과 소망을 들어주는 것은 정명론에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어영부영 그 해결노력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도 된다.
사회복지종사자들이 자기 근로에 대한 적정한 댓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그에 대한 정당한 처우는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자의 자질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고 그것은 곧 복지서비스 수혜자에게 고품질의 사회복지서비스로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노력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명론이다.
이제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자질과 서비스를 요구하면서도 처우는 개선 없이 그들의 사랑과 희생만을 강조하는 사회적 요구나 정부의 태도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human services)은 상처받기 쉽고 실망과 좌절로 소진되기 쉽다. 쉐익스피어가 "가난이 문으로 들어오니까 사랑이 창문으로 도망갔다"고 말 했듯이 생활인으로서의 사회복지종사자들도 경제적 뒷받침이 안 되면 사랑도 희생도 지속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물질적 심리적으로 정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기분은 자존감과 사기를 저하시킨다. 이직율과 직장 이동이 많아진다.
사회복지사가장이 자녀를 갖게 되면 수급권자 수준이 된다는 자조적 자괴감이 더 이상 확산 되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복지종사자의 형편 없는 처우문제는 사회적 불평등이며 또 하나의 사회문제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나누어야 할 일부 국민의 아픔이요 소망이기도 하다.
마침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 활동에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며 새로 오시는 복지부장관도 이 문제 해결에 온갖 노력을 기울여주시기를 소망해본다.
사회복지종사자들은 소욕지족하는 맘과 자존심이 있기에 경제적 문제로 가정을 파괴하는 일은 없겠지만 제대로 부모노릇하고 제대로 사회복지사노릇 할 수 있는 대우를 받고 싶다. 사회복지종사자들에 대한 사회복지가 더 이상 사회문제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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