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아이들이 먹는 것과 같이 아니, 어르신들이 드시는거니까 음식에 더 신경 쓰죠"

매주 목요일 오후 1시 구로노인종합복지관 4층 경로식당은 15명의 밑반찬 조리 봉사자들로 분주하다.
오늘의 메뉴는 '제육볶음, 청정채와 버섯볶음, 하누나 무침'. 봉사자들은 조를 나누어 음식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구로노인복지관에서는 매주 목요일 무의탁 독거 노인들을 위해 밑반찬 조리 봉사활동이 진행된다. 봉사자들 대부분은 고척동 성당 교우와 가정주부.

1997년 복지관이 개관한 이래 매일 봉사활동을 한다는 이희수(58)씨는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여유시간에 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다"며 "작은 일이지만 남을 도울 수 있다는게 보람되고 좋다"고 말한다.

박향예(38)씨는 "요즘 아이들 급식이 문제가 많아 말들이 많은데 여기는 절대 그런 것 없다"며 "엄마들이 집에서 아이들 먹이는 것과 같이 어르신들에게 드릴 음식을 할 때 정말 위생적으로 깨끗하고 정성껏 조리한다"고 이야기한다.

자원봉사 주부들이 “부실도시락이요? 우린 사랑까지 담아서 만드는걸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윤혜숙(46)씨는 "구로동에 살다가 목동으로 이사갔지만 자원봉사활동을 나오고 있다"며 "이제는 봉사하는 사람들끼리 친해져 안오면 서로 궁금해하고 지낸다"고 웃어 보인다.

 1시 30분.  80여개의 도시락에 만든 음식물을 담느라 봉사자들의 손길이 더 바쁘게 움직인다.

2시 10분. 도시락 포장까지 완벽히 완료. 조리봉사자들은 배달봉사까지 함께 하며 만든 음식을 독거노인들에게 직접 전달한다.
복지관의 이상목 사회복지사는 "조리봉사 활동은 물론 배달까지 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며 "배달봉사에는 개인적으로 해주는 분과 동사무소에서 소개해준 분, 또 구로고, 고척고, 영등포여고 등 인근학교 고등학생 50여명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2시 30분. 조리봉사자들이 떠나 조용해진 식당 안에, 지난 10월부터 도시락 배달봉사를 하고 있는 이상복씨(68)와 신인자씨(55)가 들어선다.

이씨와 신씨는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요일에는 구로구자원봉사센터에서 장애인봉사활동하고, 목요일에는 도시락 배달봉사에 나선다. 학생들은 차로 배달하기 용이한 곳을 가고, 차로 배달하기 힘든 곳에 살고 있는 무의탁 독거 노인들에게는 이들이 움직인다.

도시락을 챙겨 지하철을 이용, 수혜자가 사는 개봉역에 도착한 이씨는  "처음에는 차를 끌고 갔지 뭐야. 그런데 이러면 진정한 봉사가 아닌 것 같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차라리 기름값을 노인들게 드리는게 낳다는 생각에 이렇게 지하철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닌다"고 말한다.
그는 "나도 노인이지만 건강하니까 이렇게 봉사활동을 다니는 거지. 남을 도울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기쁨인데,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며 "요즘은 사진과 발마사지도 배우고 있어. 도와주고 싶은게 너무 많아 배우는거야"라고 웃어보인다.

개봉 전철역역에서 마을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한참을 올라가 첫 번째로 정연주(73)할머니의 집에 도착했다.

자원봉사자 이상복씨가 여러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도시락을, 홀로사는 정연주 할머니에게 전달하고 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신인자씨는 "지난해 말에 할머니 건강이 많이 안좋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셨을 때 우리보고 참 많이 우셨다"며 먼저 할머니의 건강부터 챙긴다.

정연주 할머니는 "멀쩡하던 아들이 일찍 저 세상으로 떠나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며 "일주일에 한번씩 이 양반들이 오는데 올 때마다 도시락 뿐만이 아니라 목도리, 토시, 유자차, 가스활명수, 비타민도 챙겨준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상복씨는 "도시락이 아무리 무거워도 단 한번도 가방을 땅에 내려놓은 적이 없다"며 "봉사라는 건 마음으로 해야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오윤경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