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은 올해 학교급식지원 기준을 당초 신청 시 공지한 초․중학교 최저생계비 340%(소득인정액 526만원 이하), 고등학교 260%(403만원 이하)로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400인 이하 학교의 학생들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부모의 소득여부와 관계없이 학교급식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대구시교육청에 의하면, 올해 급식비 지원에 총 15만여명이 해당돼 당초 예상했던 14만2000여명 보다 8000명 정도가 늘어 지난해 37.6%에서 45%로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예산도 당초 602억원(대구시 부담 120억 포함)보다 34억원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논란이 예상된 지원기준은 형평성을 고려해 당초 신청기준으로 정했다. 그러나 대구시교육청의 이 같은 결정은 주먹구구식 행정의 전형이다.

대구시교육청의 학교급식은 중산층 선별급식

3월 15일까지 신청받은 학교급식 신청기준은 우동기교육감이 줄기차게 고집한 ‘저소득층 선별급식’ 기준이 아니었다. 보편적 의무급식을 포기하고 학교급식 정책에 대한 로드맵없이 예산에 맞춰 대상 학생 수를 늘리는 주먹구구식 행정만을 고집한 결과, 저소득층 선별급식이 중산층 선별급식으로 왜곡 변질된 것에 불과하다.

대구시교육청의 한치 앞도 못 보는 부실교육행정

대구시교육청이 제시한 초, 중 340%, 고 260% 이하 신청기준은 지원기준이 아님을 그동안 수차례 강조해 왔다. 일선 학교에서도 4월말 신청기준이 지원기준이 아님을 강조하는 통신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반면 시민사회는 가혹한 소득재산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상 학생 수가 많을 경우와 적을 경우 대구시교육청의 대책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많으면 신청기준 이하를 대상으로 또 다시 선별을 하고, 적으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돌연 신청기준이 지원기준으로 돌변했다. 오락가락한 급식정책이 아닐 수 없다.

저소득층 선별급식의 실패

대구와 울산만 의무급식의 불모지 지역이다. 전국적으로 대부분 지자체에서 초, 중학교에 전면 의무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대구만 광범위하게 부모의 소득재산 조사를 거쳐 급식 대상을 선별하고 있고, 또 400명이하 학교는 소득조사없이 전면 의무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선정기준 상향으로 올해 대구의 학교급식 대상은 약 15만명으로 전체 33만명 중 45%가 넘는다. 대구거주 학생 2명 중 1명은 우동기교육감 기준으로는 ‘저소득층 선별급식’의 대상자라는 것이다.

이 정도의 비율이면, 우동기교육감은 자신의 선거공약인 40%를 달성했다고 안도할 문제가 아니라 선별급식 정책 그 자체를 폐기처분하고 향후 보편적 의무급식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

대구시교육청 예산은 고무줄 예산

지원기준이 신청기준이 아닐 시 대구시교육청에 쏟아지는 비난을 의식한 대구시교육청은 고심 끝에 예산보다 약 8000명을 늘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예산도 34억원이 추가 소요된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대구시교육청은 더 이상 예산을 증액시키기 힘들다고 버텼고, 초등학교 몇 학년이라도 전면 의무급식을 도입하자는 의견에 대해 돈 없어 못한다며 예산 탓으로 돌렸다.

그런데, 대구시교육청은 이제 와서 부족한 재정은 추경에 반영하면 된다는 식이다.

신청주의의 함정

학교급식 받는데 가혹할 정도의 소득과 재산조사 과정을 통과해야 했다. 이 때문에 신청을 아예 하지 않은 학생 중 신청기준 이하 가구도 상당수 있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을 경우, 학부모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담임추천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전제조건은 소득재산조사 탈락자다.

아예 신청을 하지 않은 학생은 해당이 안 된다. 바로 소득재산조사를 통한 선별방식의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기준도 대폭 상향했고, 제도적 시스템을 통해 엄격하게 소득재산조사까지 마친 상황에서 임의로 담임추천에 의해 급식대상자로 선정할 수는 없다.

대구시교육청의 급식정책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우다 보니 이제는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면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도달했다.

학생들에게 한 끼 급식을 평등하게 제공하자는 교육철학은 변질되고,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여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으며, 가혹한 부모의 소득재산조사까지 도입하면서 선별급식의 문제점을 더욱 증폭시켰고, 불필요한 행정비용마저 낭비했다.

이것 때문에 사회복지공무원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3명은 자살했다. 그래서 우동기교육감의 주먹구구식 교육행정에 대해 우리는 끝까지 책임을 묻는 시민행동을 펼칠 것이다.

2013년 5월 8일

친환경 의무급식 실현과 교육개혁을 위한 대구 공동행동   

엄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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