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법률상에서 배우자는 강간죄의 객체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부부는 ‘성’을 매개로 한다는 부부관계의 특수성 때문이다.

최근 성폭력범죄가 사회의 큰 이슈가 되면서 부부폭력을 사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드러내고 법률상의 ‘처’를 강간죄의 객체로 인정해야한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반여성성폭력운동의 쟁점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연속토론회를 기획하고, 10일 국가인권회 배움터에서 그 첫 번째 토론회 ‘무엇이 아내 성폭력인가’를 실시했다.

이번 토론회는 ‘부부성폭력의 처벌 필요성’과 ‘부부강간죄의 쟁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정춘숙 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부부폭력(주로 아내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건 30년 정도 됐는데 아직 이에 대한 논의는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라며  “아내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돼 부부폭력에 대한 사회태도와 법률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부부강간은 피해사실을 피해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와 가족이라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으로 인해 범죄로 인식조차 되지 않고 있다”라고 밝히며 “부부폭력은 지속성과 반복성,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일반 성폭력보다 가중 처벌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아내폭력피해자들에 따르면 부부폭력은 신체적 폭력도 견디기 힘들지만 때리고 난 다음의 강제적인 성관계는 더욱 힘들어 스스로가 마치 쓰레기통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정춘숙 대표는 “아내 강간이 발생하는 원인은 성행위를 남성은 ‘권한’으로, 여성은 ‘의무’로 받아들이는 사회 태도와 한쪽 배우자가 성행위를 통해 다른 배우자에게 벌을 주거나 통제시키려는 욕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혜정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상의 처는 처이기에 앞서 한사람의 여성”이라며 “성폭력범죄는 그 대상이 배우자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불법성을 판단해 배우자가 강간죄의 객체에서 배제될 이유는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간죄의 성립여부는 폭행 또는 협박을 통해 상대방 의사에 반해 간음했느냐에 있는 것이지, 그 대상이 누구냐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오지원 변호사는 “한겨례21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1.3%가 부부강간 처벌이 필요하다고 여겼고, 법률신문이 자체 전화설문조사 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 형법학자 32명 중 25명이 강간죄 처벌에 대해 찬성했다”며 “이제 대법원 판례가 강간죄 성립을 인정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엄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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