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자살의 요인으로 제도적․정치적 무관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한사연) 회장은 15일 한국사회복지사협회(한사협) 세미나실에서 열린 ‘사회복지 직능단체 실무책임자 긴급대책회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선수경 회장은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생계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민원인들을 상대하다보니 이들로부터 폭력 등 많은 위협에 노출돼 있지만 이를 방어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사람 중심이 아니다. 일이 많으면 일을 줄이기보다는 사람을 뽑는 것에 접근한다. 문제는 사람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산술적 근거에 따라 배치한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선 회장은 “특히 정부에서는 당사자들인 우리와 협의도 없이 동주민센터의 기능을 각 지역의 '복지허브'로 개편 및 재정립한다고 밝히는 등 우리의 의견은 무시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사회복지통합관리망(사통망)의 잦은 오류로 2~3분이면 처리할 민원이 20여분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수 천 명의 민원인을 상대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해야 할 일은 많으나 늦은 전산으로 또 한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수경 회장은 “하지만 전달체계는 바꾸지 않고 있다”며 “전달체계의 근본적인 해결이 없는 한 지금 정부에서 추진 중인 여러 방안은 실패할 것이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은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오 한사협 사무총장은 “정부의 사회복지 인력 충원이 사회복지 업무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책임질 수 있는 한계선을 넘어가다보니 극단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등초본 등을 발급하는 행정직과 생계문제를 다루는 사회복지직의 직무성격은 다르다”며 “정부는 직무분석을 철저히 해 정원 배치기준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각 시도별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정원배치가 기준 만큼 배치하고 있는지 감사원을 통해 감사를 하는 것도 제안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종복 한사연 부회장은 “정부에서는 행정직이 나간 자리에 사회복지직을 우선배치 한다고 하고 있으나 일부 지자체에서 3년 후면 인건비의 국비지원이 중단되는 사회복지직 충원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결국 일반행정직 1800명을 사회복지직으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정책은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회복지짃의 인건비를 전액 국비로 전환하거나 복지직에 대한 총액 인건비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복 부회장은 서울시의 행정직과 사회복지직 5급 통합 추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설문조사결과 70%가 넘는 응답자들이 5급 직렬 통합에 찬성했는데, 직렬 통합 이면에는 꼼수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통합할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복지직을 승진시킬 것이냐가 문제인데, 처음에는 분위기 상 1~2명 5급 승진시킬 것으로 보이나 2~3년이 지나면 사회복지직은 우선순위에서 배제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종복 부회장은 “후배들은 통합하면 막연히 잘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수경 회장은 “사회복지지과 행정직은 같은 행정직군으로 기술직군과는 다른 동일한 행정직 공무원으로 규정돼 있다”면서 “그러나 각 지자체는 정원조례로 직렬을 구분해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승진기회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사연에 따르면 승진에 있어 행정직은 9급에서 8급 2년, 8급에서 7급 3년, 7급에서 6급 4~5년, 6급에서 5급 10년이 소요된다.
그러나 사회복지직은 9급에서 8급 3년, 8급에서 7급 5년이 걸리나 7급에서 6급은 기한이 없을 뿐 아니라 자리도 부족하고, 6급에서 5급은 아예 자리조차 없다.
조성철 한사협 회장은 “국가는 공공전달체계의 자살을 공공분야로만 봐서는 안된다. 공공전달체계의 극단적인 사건을 막지 못하고 민간전달체계로 스며들면 국가가 위태로워진다”고 염려했다.
조 회장은 “민간 직능단체들이 위기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민하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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