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정(삼성통증의학과 과장 / 교정재활 스포츠클리닉 센터장)

봄이다. 석가탄신일 연휴를 맞아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출·퇴근길을 방불케 하는 도로를 경험하고 싶지 않아 지하철과 버스를 더 자주 이용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전철역 안의 벽들은 몽땅 미용수술 전과 후의 사진들로 도배가 된 듯하다. 연휴를 맞아 성형외과는 특수를 맞이한다. 마트의 세일코너처럼 가격할인을 내세우면서….

우리국민 1000명 중 13.5명이 성형 수술을 했다는 세계미용성형외과학회에서 발표된 통계이며, 얼마 전 영국 이코너미 신문에서 발표한 기사 내용이다. 한국인이 가장 흔히 하는 성형 부위는 ‘코’라고 한다. 그리고 눈, 가슴, 똥배, 엉덩이, 허벅지, 턱관절, 허니문 스티치 모조리 다 한다.

다들 쌍둥이들 같다. 눈은 동그랗고 코는 비너스를 닮았다. 입술은 뒤집어 입술점막이 노출된다. 이 순간에,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누워있는 환자가 필요로 하는 흉부외과는 모자라는 판이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어 애 낳기를 꺼린다고 한다.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트레이닝을 위한 레지던트 프로그램은 서울대학병원에서도 미달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진정한 아름다움은 건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봄날의 햇살은 씁쓸하기만 하다.

무더운 여름 같은 봄이 왔다! 그래서 용감하게 내복을 벗어버렸고 문밖을 나섰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내 바지 속으로 파고든다. 아차! 너무 서둘렀나? 이미 늦었다. 그래, 용감하게 봄을 맞아 드리자.

이 때쯤이면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다. 급성 요통환자들이다. 추운 겨울동안 움츠려 있었던 몸, 척추관절, 주위 근육들은 게으른 모습으로 지내왔다. 날씨가 풀리면서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근데 이 날은 좀 무리했다. 집 청소, 가구 재배치, 무거운 화분 옮기기, 마당정리, 용감하게 몸을 쓰다가, 허리를 피는 순간, 악! 소리와 함께 주저앉는다. 아이고! 내 허리.

환자들은 허리를 피지 못하고 부축 받으면서 병원으로 내원한다. 피부분절을 따라 저린 증세나 방사통은 없다. 요추주위 근육은 돌덩어리가 같다. 근육을 체크해 보면 말도 못하게 예민해져 있고 고통스러운 통증으로 인해 환자가 낼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자세인 비틀어진 모습으로 찾아온다. 

요추는 한 관절 면에 한 동작만 움직이게 되어있다. 앞으로 뒤로 굽히기 펴기 그리고 좌우로 기울이기. 그런데 우리들은 어리석게도 이 사실을 잊고 욕심을 부린다. 두 동작 또는 세 동작을 한꺼번에 하려 한다. 이에 요추의 후관절은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척추주위 근육들은 주인님의 눈치만 보고 있다. 그나마 이 자세에서 직립자세로 옮겨갈 때, 관절을 풀어서 일어난다면 그나마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일어난다는 것이다. 세 동작으로 이루어진 자세가 한 동작으로 일어난다.

허리의 70~80%의 체중을 지지하는 큰 추체와 함께 20~30% 체중을 지지하는 척추 뒤쪽에 위치한 후관절의 예민한 기계수용기는 주인님의 안전을 위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는다.

주인님 허리를 보호하려 행동을 개시한다. autogenic contraction. 장요근과 허리를 잡고 있는 많은 근육들이 갑자기 수축하고 직립근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악! 소리와 함께 통증이 엄습한다.

후관절낭 안쪽에 있는 지방조직인 Adipose meniscoid는 관절공간을 탈출하지 못하고 활액관절 내에 갇혀있다. 더 이상 허리를 필수도 없고 한 손은 허리에 또 한손은 무릎에, 얼굴은 죽을상이다.

그런데 병원은 MRI 하자고 한다. 이건 안 해도 돼요 하면, 환자들은 오히려 화낸다. 돈도 많다. 안 해줄 이유가 없다. 근데 40% 이상은 건강한 사람도 MRI 검진에서 흔히 쓰는 디스크라는 소견이 나온다.

수술이 필요 없음에도 수술을 원하는가 하면은 수술을 권하기도 한다.

이로인해 점점 보험비는 올라간다. 정작 혜택을 받아야하는 사람에게 그 혜택은 돌아가지 않게 되며 병의원에 지급되어야 하는 보험수가는 줄어들게 되고 급여는 한정되어 의료인, 의료기사 베테랑 물리치료사 들은 병의원을 떠나게 되며 수많은 학교에서 쏟아지는 면허자들로 그 자리는 채워지게 된다.

그리고 환자의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집중할 시간보다는 기계적으로 더 많은 환자를 봐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봄을 이야기하기에는, 건강을 이야기하기에는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은 따스한 봄날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김인수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