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민주통합당 의원

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한부모) 전형’으로 영훈국제중학교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국제중학교의 문제가 어제(20일)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 발표로 정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국제중에 대한 비판과 성토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져 이제는 국제중 폐지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어제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영훈중과 대원중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두 학교가 벌인 각종 비리는 가관이다.

 

영훈중은 서류평가에서 주관적 영역 점수를 조작해 특정학생에게 유리하도록 했는가 하면, 맘에 들지 않는 부모의 자녀를 떨어뜨리기도 했으며, 실력이 안되는 학생을 입학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관련 서류를 무단 폐기하기까지 했다. 지난 3월 영훈중이 편입학을 댓가로 2천만원을 요구했다는 학부모의 폭로로 드러난 파렴치한 입시 장사의 정황이 적나라하게 확인되었다. 이것을 두고 진정 공교육을 수행하는 정상적인 학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번 감사는 특정 학생의 입학을 위한 입학 전형 서류 무단 폐기와 성적 조작 등의 정황은 밝혀냈지만 그 결과 누가 선발되었는지,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 학교가 성적을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입학생을 선별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천만원에 이르는 학비로 이른바 귀족학교, 특권학교라 불리며 부유층 자녀만을 위한 입시명문학교로 자리잡은 국제중이 입학 부정을 통해 선발한 학생이 어떤 부류인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국제중 지정 취소는 당연

 

이번 감사를 통해 확인된 비리만으로도 국제중은 충분히 지정 취소를 받아 마땅하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국제중 등 특성화중학교에 대해 “교육감은 특성화중학교를 지정한 경우에는 5년마다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학교의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하여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말부터 시작할 엄격한 운영평가를 통해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부당 거래’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얼마의 뒷돈을 주고받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검찰의 몫으로 넘어갔으니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대규모 입시부정을 통해 특정인의 입학과 탈락을 조작한 것이 명백하다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국제중을 폐지할 명분과 근거로서 부족함이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일반 학교가 아닌 특별한 목적을 갖고 설립된 국제중학교의 종합 비리가 드러났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일부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대규모 사학 비리 이상의 중대한 사건이므로 관선이사 파견 등으로 국제중을 일반학교로 ‘정상화’해야 한다. 2015년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승인을 취소하는 것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입시 비리 사태로 본 국제중은 단순히 관련자 처벌이나 입학 전형 개선, 비리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더 이상 존립해서는 안 될 사유가 명백해 졌으므로 과감한 정리가 필요하다.

 

단지 이번의 심각한 비리 사건 때문이 아니더라도 국제중은 애초부터 그 존재 근거가 충분치 않았다. 중학교 단계에서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특수한 학교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동의를 얻기 어렵다.

 

그동안 국제중이 초등학교까지 입시전쟁으로 내몰고 사교육을 조장하며 우수한 부유층 학생을 독점하여 결국 특목고 등으로의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만 수용하더라도 교육기관으로서의 본령을 저버린 점을 들어 지정 취소해야 한다.

 

2008년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국제중을 설립하겠다고 했을 당시 내세웠던 근거, 즉 조기유학 방지와 국제적인 인재 육성이라는 설립 취지조차도 전혀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 또한 국제중 지정 취소 사유가 되고도 남는다. 교육기관으로서 제 구실을 못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제중, 자사고는 꿈과 끼를 키우는 공교육 정상화와 상충

 

이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공교육정상화’ 기조와도 맞지 않다.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을 하겠다는 정부가 그와는 정반대의 부정한 방법으로 비리만을 키우는 교육을 하는 국제중을 존치시킨다는 것은 스스로의 교육 철학과 정책이 모순임을 드러내는 것밖에 안된다.

 

‘공교육 정상화’는 공교육의 파행과 왜곡을 낳고 있는 학교 서열화, 양극화를 해소하고 학교가 입시교육기관에서 전인교육의 장으로 전환토록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MB정부에서 극단적으로 밀어부친 ‘다양화’라는 이름의 ‘고교 서열화’ 정책으로부터 완전히 결별을 고해야 한다.

 

외고와 같은 ‘입시 특목고’도 모자라 자사고라는 고교서열화의 대표 상품을 만들어내 일반고의 황폐화, 공동화를 조장하지 않았던가. 지금 얼마나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그 폐혜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가.

 

중고교 체제 개편은 국가교육대개혁의 시발점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며, 고교등급제를 불허한다”는 약속한 바 있다.

 

본 의원은 이제 구체적인 실행에 나서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문제가 되는 일부 학교 유형을 정비하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중등교육체계를 바로잡는 일이며, 진정으로 ‘공교육 정상화’의 기틀을 세우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바르게 가기 위해 어떤 재능과 품성을 겸비한 인간을 육성할 것인지 근본부터 재정립하고 그에 따른 최선의 교육과정을 수립하며, 그 교육과정에 맞는 학교 유형과 체계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를 검토하는 국가교육대개혁의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조속한 중고교체제개편 방안 마련 필수

 

지난 5월 9일, 본 의원은 '고교서열 심화, 일반고 황폐화시키는 자사고 폐지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고교서열 해소와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고교체제개편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어 6월 초(12일 또는 13일)에 후속 토론회를 열어, 종합적인 중고교체제 방안을 수립하고자 한다. 특정 목적을 위한 중, 고교 설립과 지정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를 두고 정부의 입맛에 따라 추진되는 시책 사업이 아니라 백년대계에 기초해 안정적인 학교 체계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할 것이다.

 

이를 통해 소수만을 위한 특권 학교, 그리고 특권 학교 입학을 위한 무분별한 경쟁을 지양하고 모든 학생들의 개성과 재능이 수평적으로 평화롭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학교, 진정으로 사회 공동체 발전에 필요한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는 학교가 항구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그 초석을 놓고자 한다.

 

이를 위해 여야가 함께 노력할 것을 당부하며, 정부 또한 이번 국제중 사태를 계기로 공교육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인 학교 서열화, 양극화 정책에 대한 뼈저린 반성 속에 국제중 폐지를 포함한 중, 고교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수 있도록 과감한 대안 마련과 공조를 촉구하는 바이다.

 

2013년 5월 21일

김상희 민주통합당 의원

엄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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