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 고령사회를 맞이해 곤란과 혼란 상태에 있는 장기요양자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7일 ‘노인수발보험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였다. 이 제도는 국회 동의를 거치면 2008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제까지 극소수의 저소득 노인 만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모든 노인들을 대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려고 하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전 광 현(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새로운 제도는 없는 것 보다 있는 것이 좋기 때문에, 아니 다른 제도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도권 밖의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안도감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제도가 갖고 있는 몇 가지 문제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즉 우선 그 비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세계 많은 국가 중 3개국만이 사용하고 있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사회보험방식으로서의 노인요양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보험방식은 우선 국민들의 조세저항에 대한 위기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고, 또 이를 주관하는 주무부처도 다른 부처 특히 예산부처에게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고 제도를 시행할 수 있기에 이 방법을 선택했다고 하는 것이다.
즉 편하고 안일한 방법을 취했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제도는 제공자 중심 서비스에서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하는데 근간이 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실시하여야 한다고 하는 주장이다. 즉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서 훨씬 권리 의식을 함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나 시설도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긴장을 하면서 서비스를 제공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도 높을 것이라고 하는 가정에 이해 본 제도를 도입했다고 하는 것이다. 즉 서비스의 권리성. 선택성이 보장되는 당사자 간의 계약을 통하여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는 보육을 비롯하여 노인복지까지 행정의 집행에 의해 실시되어 왔기에 사회복지의 근본과 근간을 뒤흔드는 제도 임에도 불구하고 제도 실시의 편리성, 재정 확보의 유리성 만을 우선하는 관점에서 제도의 논의가 되었다고 하는 면에서 커다란 문제가 있다. 그런데 이 제도의 기본은 복지의 시장화의 지향이다.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하여서는 복지 인프라를 구축하여야 하는 긴박한 시점에서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규제완화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상태이다. 그러나 다양한 서비스 제공 주체의 참여는 서비스를 선택하여 하는 노인의 입장에서는 바른 서비스를 선택을 한다고 하는 것과 제공자와의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일은 쉽고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이는 건강 보험제도 속에서 선택권이 보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알고 느끼는 사실이다.
건강보험에서 외형적인 대등성과 실질적인 대등성이 일치되고 있지 않은 경험에서와 같이 지금의 수발호험도 같은 문제가 나타날 것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권리 옹호 및 불평 처리 등 이른바 시장의 실패를 막으려는 방법은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환경은 본 제도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분명 시행하여 보다가 문제가 생기면 고치고 보완하면 되지 않게냐고 하는 사후적 대응책을 정부가 지향해서는 안된다고 할 수 있다. 또 시장원리에 의한 경쟁이 시작되면 시장원리가 사회복지의 모든 국면에 약육강식의 논리를 관철시키는 결과가 될 것은 틀림없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자기책임론의 강조는 각종 피해를 노인 자신이 입어도 좋다고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시장원리는 제공자의 역선택의 발생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시장이 참여할 경우 사업자의 이익과 직계되는 이용자의 비용을 증가하게 할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①지불력이 높고, ②손이 가지 않는 노인을 가장 선호하게 될 것이다. 중증 치매, 중복 장애 등 케어가 곤란한 노인과 경제 능력이 약한 노인의 경우 케어의 필요성과는 상관없이 처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상은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사회복지가 시장원리를 도입한 이상 열등 처우의 원칙이 시장 질서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 정부의 국정지표가 분권화라고 하는 키 워드를 강조하고 있는데 본 제도의 관리, 운용을 중앙집권적인 형태로 진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하여 가입자의 자격관리, 보험료의 부과 및 징수, 수발비용의 심사 및 지급, 수발시설의 지정 및 정보공개, 재정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한다고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복지서비스 부분의 관리, 운영은 분권화 및 지방화가 되어야 그 효과성, 효율성이 높다고 하는 관점에서 노인서비스인 수발보험이 중앙집권적인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예상된다고 할 수 있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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