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동학대사건을 시작으로 어린이집 관련 부정과 비리문제들이 끝을 모르고 계속 드러나고 있다. 보육시설 내 급·간식비리, 아동 학대문제, 국가보조금 횡령, 특기교육 리베이트 문제 등에 이어 급기야 달서구에 소재한 어린이집에서 블랙리스트까지 확인되었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부당행위에 항의하거나, 어린이집 비리를 고발한 보육교사들과 아이 부모들의 ‘블랙리스트’까지 원장들끼리 공유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확인된 달서구 민간어린이집연합회에서 작성한 보육교사 블랙리스트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2012년 4월, 달서구 ○○어린이집(민간) 원장은 어린이집 평가인증 준비를 위해 보육교사들에게 야근을 강요한 후 저녁 식사로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며칠전 자기 딸이 소풍갈 때 쓴 김밥재료를 먹으라고 했다.

원장은 밤늦게 까지 일을 하는 보육교사들에게 근무외 수당을 지급하기는커녕 비인격적 대우를 하며 심한 모멸감을 주었다. 이런 행태는 그 날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보육교사가 폭언, 비인격적 대우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원장은 ‘○○(어린이집)가면 ○○법을 따르라’하면서 절대권위를 휘두르며 폐쇄적으로 운영했다.

보육교사들이 인격적 모멸감 때문에 퇴사를 하자(5명), 달서구 민간어린이집연합회에서는 달서구 전체 민간어린이집 원장들이 공유하고 있는 전산시스템을 통해 해당 보육교사의 인적사항을 상세히 기록하고 이들을 채용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내용의 블랙리스트를 발송했으며, 회의에서도 실명을 거론하며 강조했다.

또한 보육정보사이트에 해당 보육교사의 블랙리스트를 한달 간 올리기도 했으며, 그리고 괴심죄에 걸린 교사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했고 1심에서 무혐의를 받자 연합회 차원에서 항고했다. 이는, 연합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결합한 증거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대구시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퇴사한 5명 중 한명은 4번이나 면접에서 탈락한 후 재취업한 모 어린이집에서 블랙리스트 교사인 걸 알고 현재 권고사직을 강요당하고 있고, 2명은 아예 경력증명서에 전 직장을 기입하지 않고 취업해 근무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추가로 2명의 보육교사가 블랙리스트에 더 올라가 있음도 확인되었다.

○○어린이집에 입사한 교사들은 그동안 성실히 근무했으나 원장의 비인격적 대우 등으로 인해 퇴사를 한 것이지, 업무방해 등의 행위를 한 것이 결코 아니다. 파렴치하게도 이런 불법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보육교사에게 거짓증언을 강요하며 따르지 않을 시 “연합회 규정대로 하겠다”, 연합회에 공개되면 “살아가는데 법적인 처벌보다 더 힘들 수 있다”고 협박 공갈도 서슴치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비리고발센터에 접수되어 전국에서 처음으로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어린이집 교사들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함을 실재로 확인되었고, 관련 내용이 MBC PD수첩(2013. 5. 28)을 통해 방영되면서 사회적인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조차 “비리 수사에 협조한 보육교사들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돌리는 형태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엄중처벌과 재발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정부는 보육교사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옥죄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실태파악과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의 어린이집 원장들의 소위 갑(甲)의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이유는 개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민간시설이 90%가 넘는 현실 속에서 자신이 투자한 사업에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이런 불법이 들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나마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많아야 되나, 대구는 전국 최하위 수준인 2.5%에 불과하다(전국평균 5.2%). 정부는 민간어린이집 대비 국공립어린이집이 최소 30%이상 되도록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계획을 재구성해야 한다. 동시에 보육 공무원을 확충해 철저한 관리ㆍ감독의 시행으로 어린이집 불법비리를 바로잡고 이윤획득에 몰두하고 있는 일부 민간어린이집을 견제하고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견인해야 한다. 폐쇄적 운영이 아니라 민주적인 운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보육교사와 조리사 등 당사자들이다. 이들이 밖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지만 내부고발자의 신상을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전무하다. 이렇다 보니 공공연하게 블랙리스트를 통해 보육교사 등을 관행적으로 손쉽게 통제해 왔다.

보육교사에게 ‘해고’라는 고용불안과 ‘취업방해’라는 부당노동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며, 정부와 지방정부는 이를 예방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제반조치를 강구해야한다. 이같은 차원에서 5월29일 근로기준법 제40조(취업방해의 금지) 위반으로 해당 당사자들을 노동청에 고발했다.

근로기준법 제40조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기호 및 명부를 작성 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반시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근로기준법 위반시 최고처벌 규정으로, 그만큼 취업방해가 주요한 범죄임을 증명하고 있다.

 보육이라는 돌봄서비스는 공적인 영역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상시적이고 지속적이며, 주의를 기울이는 노동이므로 보육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 고용안정은 필수적이다. 우리는 보육현장이 바로 서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보육의 공공성 실현과 보육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더욱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블랙리스트(살생부) 교사명단을 작성, 공유한 대구 달서구어린이집연합회뿐 아니라 대구광역시어린이집연합회는 공식사과하라!

-. 대구시, 달서구청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공유한 것과 관련, 모든 행위자와 어린이집에 대해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해 엄중 처벌하라!

-. 보건복지부는 블랙리스트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처리하지 않은 대구시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당사자들을 문책하라!

-. 노동청은 근로기준법 위반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여 엄중 처벌하라!

-. 대구시 달서구어린이집연합회는 해괴망측하게도 보육교사를 업무방해로 고소한 것에 대해 즉각 철회하라!

- 정부와 대구시, 달서구청은 보육노동자들이 해고와 재취업 박탈에 대한 걱정없이 책임과 감시를 다할 수 있도록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내부고발자 보호체계를 구축하라!

2013. 5. 30        

우리복지시민연합, 공공운수노조 대경지역본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대구여성회, 대경여성단체연합, 대구경실련, 대구참여연대, 인권운동연대, 대구여성노동자회, 대구장애인연맹, 장애인지역공동체,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와룡배움터,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및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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