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73세)씨

은퇴하기 전 김동식(73세)할아버지는 고등학교에서 주간에는 행정실 업무를 야간에는 학생들에 강의를 하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은퇴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무료하게 하루하루를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경로당에서 장기나 바둑을 두는 일도, 복지관을 찾아 여가를 즐기는 일도 보람을 찾기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봉사활동. 그렇게 노원노인종합복지관과 인연을 맺게 됐고 '초록봉사대'라는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여전히 어르신 강사로 활동 중이다.

"6년동안 복지관에서 실시하는 강사뱅크 사업에 참여하다보니 사는기쁨이 이런 것이 구나 생각하게 되요. 여가를 즐기는 것보다 이 나이에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지요. 또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용돈 벌이도 된답니다"
방과 후 복지관을 찾는 아이들을 대상으로한 한자교실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공부한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하다 할아버지 선생님의 큰소리에 놀라는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아이들이다.


"그래도 저런 고사리 손으로 한문을 써내려가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와서 질문할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 더 잘해야 겠다. 수업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겠다라고 느끼는 순간 아이들이 제 스승이 되는 셈입니다"
수업은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된다. 큰소리로 따라 읽어야 되는 수업이다 보니 수업이 끝날쯤에는 목이 쉬기도 하지만 할아버지의 열정은 식지 않은 듯 했다.

"욕심같아서는 80살까지는 하고 싶어요. 아이들하고 든 정때문이기도하고, 수업 준비를 위해 혼자 고민하고 교제선택에서 진행과정까지 생각해야 하는 강의이기 때문에 삶이 무료할 틈이 없죠. 늙으면 4고(苦)가 있다고들 하는데 그중 하나가 무료함이라고 하잖아요"

빈곤, 건강, 소외감, 무료에서 나오는 고통을 노년의 4고(苦)라고들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만한 것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김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강사로 활동하는 곳은 비단 이곳만이 아니다. 지금은 방학중이라 잠시 쉬고 있지만 할아버지는 동천 장애자 재활 체육 학교에서 1주일에 4시간씩 컴퓨터 강의를 맡고 있다.

"벌써부터 개학이 기다려집니다. 방학동안 다 잊어 버렸으면 어떡하나 고민도 되고요. 처음에는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겁나도 두려웠는데, 지금은 교장 교감을 찾아가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이야기합니다"
김 할아버지는 비장애인들이 1시간에 끝낼 수 있는 교과목을 그곳에서는 3시간가량 일대일학습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오히려 두 배 세배로 보람된다고 이야기 한다.

퇴직후 시작하게 된 봉사활동이 오히려 지금의 삶을 이끌어 가는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김 할아버지. 봉사정신을 갖고 찾아보면 일자리리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철학에서 젊음의 열기가 전해졌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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