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복지사업은 그 종류와 양이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음은 정치적 목적이든 국민복지증진 목적이든 환영할 일이다. 최근 들어 복지의 대상이 저소득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편적 성격을 지닌 사업들이 급속하게 방대해지고 있으며 그 영역은 전통적인 사회복지서비스 외에 주거, 보건, 교육, 문화, 고용 등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여러 중앙부처로부터 발생된 복지 관련 정책은 중앙 16개 부처, 292개 복지사업 중 약 200개의 복지사업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읍면동으로 수직적으로 전달되어 일선 행정조직에서는 몇 명의 소수 사회복지 담당인력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복지현장의 깔때기 현상은 이미 각종 언론이나 사회복지영역에서 수 없이 지적한 문제제기이다. 특히 아동양육수당, 교육청의 교육비 지원사업, 국토해양부의 임대주택 관련 사업, 심지어 아날로그 TV 전환신청 등도 최근 모두 일선 행정조직에서 사회복지직 인력에게 추가업무로 집중되어 왔다.

복지의 확충은 그 자체로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최고수준의 노인빈곤율, 자살률, 저출산 현상 등을 감안할 때 복지는 지속적으로 더 확충되어야 한다. 하지만 복지의 확충이 적절한 인력의 수반이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공영역에서 복지인력의 충원은 필수적이고 시급한 당면과제이다. 정부는 복지공무원의 대폭적인 충원을 공언하고 있지만, 아직도 더딘 계획사항이고 현장에는 인력보강의 체감 없이 추가되는 사업에 대한 부담만 늘어가고 있다. 이는 복지담당 공무원에게 살인적인 과로를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복지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가진 시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담보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사회복지를 제일 시정의 목표로 공언한 서울시의 경우에도 복지전달체계에 대한 고민, 특히 복지인력 인프라 구축에 대한 고민 흔적은 요원하기 그지없다. 복지인력 충원의 필요성은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회복지와 관련한 서울시의 자체사업이나 공약사업들 역시 현 공공복지전달체계에 미치는 하중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일선 현장에 일방적으로 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간혹 추가되는 사업에 소요되는 계약직 혹은 일용직 인력을 단기간 임시 채용하도록 소액의 추가 비용만을 지원하는 것이 대책의 전부이다. 하지만 사업의 신청이나 기초조사 업무수행 수준의 임시인력의 활동만으로는 실제의 사업수행은 불가능하며, 결국 이러한 상황은 기존 복지공무원들에게 상당부분 하중이 부과될 수밖에 없다.

반복된 복지공무원 자살사태에 대해 여타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막상 지자체나 정부부처들은 자신들이 제시하는 사업에 대한 점검이나 성찰은 없이 현상적으로 드러난 비현실적인 자살대책만 나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울시는 서울시민복지기준의 설정과 추진, 주민참여의 제고 등 복지분야에서 나름대로 혁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물론 고무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분야도 있다.

하지만 복지의 증진은 복지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 확충, 필요한 민간자원의 동원, 민관협력의 증진과 같은 투입자원의 영역만이 아니라 관련 사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수행 인력과 전달체계에 대한 고민을 필수적으로 수반해야 한다. 우리는 서울시가 사회복지의 확충과정에서 공공복지영역의 인력부족에 대한 대책에서 다음과 같이 선도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를 요구한다.

첫째, 서울시의 복지관련 공약사업이나 신규사업 발표, 추진이전에 사업수행 인력에 대한 업무영향 사전검토를 제도화하기를 요구한다. 복지인력의 업무에 대한 복지인력의 사전검토 없이 공약사업이나 신규사업을 남발하거나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며 이는 중앙부처의 협력 사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시는 기존 복지전달체계에 인력의 충원 없이 사업만 얹는 형태의 일체 사업에 대하여 일시 중단과 함께 전면적인 재고를 선언하라

둘째, 서울시 자치구와 동의 업무 분담 및 인력 재배치를 통해 복지업무 수행에 내실을 가져올 방안을 강구하여 공개하여야 한다. 당장은 서울시의 여러 추가적인 복지사업 수행에서 임시직 인력을 편성하여 충원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규 복지인력의 충원을 앞당기는 것과 아울러 기존 자치구와 동 단위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일반행정직 공무원의 업무배치를 조절하여 복지업무와 역할에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서울시는 보조적이며 임시적으로 고용하는 부실한 일자리 비정규직 일자리 양산을 즉각 중단하라

셋째, 서울시는 당장 7월부터 ‘서울형기초보장제도’의 실시를 예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된 추가적 업무에 대해서는 어떤 인력과 전달체계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도 우려스럽다. 지난 5월 30일 발표한 ‘서울시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근무여건 개선방안’에서 내년 1월 배치예정인 300명의 인력충원 계획은 환영할 만한 대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당장 7월 1일부터 실행하는 서울형기초보장제도 인력 대책은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복지사업 구상 단계에서부터 인력, 조직을 포함하는 전달체계에 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이 수반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7월부터 실시 예정인 서울형기초보장제도 관련, 예정된 비정규직 수행인력 배치를 최소화하고 안정된 인력 배치를 통한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보장하라

넷째, 서울시는 향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격무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관련 상급자에게 무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공무원 조직 내부로 부터의 건강한 직장문화가 안착되어 다시는 작금의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는 격무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2013년 6월 4일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나라살림연구소,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서울시민연대,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일촌공동체,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희망행정네트워크, 서울복지시민연대(간사단체)

김인수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