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블랙리스트는 원장의 교사에 대한 착취와 감시, 통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교사들의 임금착복, 휴게시간 없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 높은 교사 대 아동비율, 비인격적 대우, 어린이집 비리 등에 대한 보육교사들의 불만을 억누르고, 자신의 권력과 이윤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 바로 블랙리스트다. 이를 집단적으로 작성하여 공유한 장본인이 바로 민간어린이집연합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연합회는 6월3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사건을 한 개인(달서구 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사퇴)의 사퇴로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있다. 1년 넘게 고통을 받아 온 해당 보육교사에 대한 사과와 그에 따른 조치는 형식적 수준으로 진정성을 도저히 찾을 수 없거나 언급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원장과 교사의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동업자이며, 동반자라고”하면서 “교사들의 안정적인 취업과 근무환경이 되도록 연합회에서 지도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의 당사자인 연합회가 지도 감독을 하겠다하니 모순된 얘기만 늘어놓는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주모자는 바로 대구시와 달서구의 민간어린이집연합회이고, 공모자는 블랙리스트 존재를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대구시와 달서구청이다. 그런 연합회가 원장과 교사가 동업자이고, 동반자라고 하니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따라서 연합회의 기자회견은 사과문이 아니라 서둘러 사태를 봉합하고자 하는 꼼수에 불과하다.

연합회는 이 사건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은 선생님들에게 사과 한 마디 없이, ‘양보하여 고소고발을 합의’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축소하고 은폐하면서 오히려 자신들도 피해자인척 비난의 화살을 피하는 양면전술을 쓰고 있다.

정작 교사들에게 열악한 노동조건과 보육환경을 강요하고, 문제 제기하는 교사들을 블랙리스트를 작성·공유한 후 ‘살아가는데 법적인 처벌보다 더 힘들 수 있다'고 협박한 당사자들이 뻔뻔하고 기만적인 발표를 한 것이다. 동반자이고 동업자라고 언급하면서...

이렇게 상당수의 어린이집 원장, 갑(甲)의 횡포가 도를 넘고, 원장들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보육이 시장화 되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민간시설이 90%인 상황에서 자신이 투자한 사업에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온갖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불법이 발각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과정에서 그에 따른 고통은 을(乙)인 보육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부정과 비리 등을 은폐하기 위해 블랙리스트가 등장한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블랙리스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30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블랙리스트 명단 하단에는 ‘타 구에서도 혹 문제를 일으킨 교사가 있으면 올려주시면’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다. 그러나 6월3일 대구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에서 발표한 사과문에는 블랙리스트 명단이 이번이 처음이었는지, 최근까지 계속해서 작성, 공유해 왔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사과의 진정성은 반성이다. 반성은 과거에 일으킨 모든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은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묻고 싶다. 블랙리스트 작성, 공유가 이것이 처음인지, 아니면 추가적으로 더 있는지에 대해 대구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공개적으로 답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6월3일 달서구는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3개 어린이집에 대해 6월4일부터 7일까지 3일간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등 조치계획을 발표했다. 달서구는 특별점검 이전에 블랙리스트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연합회 측 입장을 두둔한 관련자들을 먼저 감사하고 징계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감사의 주관부서는 보육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달서구 여성가족과다. 감사대상자들이 감사를 펼친다고 하니 이것 또한 앞뒤가 맞지 않고 벌써부터 부실감사가 우려되고 있다.

시장화 된 보육현장 속에서 보육의 주체인 보육교사·아이들이 신음하고 있는 상황을 우리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전국에서 처음 드러난 보육교사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하여 당사자 처벌과 내부고발자 보호, 보육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등 분명한 조치가 취할 때가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13년 6월 4일

우리복지시민연합, 공공운수노조 대경지역지부,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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