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정(삼성통증의학과 과장 / 교정재활 스포츠클리닉 센터장)

물리치료사 보수교육 8시간의 강의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삼겹살 한 근을 끊고 기름튐 방지를 위해 신문지를 마루에 깔고 가스버너에 불을 붙였다.

오래된 신문이었고 상의 탈의에 너무나도 멋진 박태환선수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2012런던올림픽 때의 신문이었다.

국민들의 응원과 함께 좋은 성적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는 선수였다. 지난 4년 그렇게 힘든 훈련을 마치고 첫 경기를 앞둔 그의 마음, 미숙한 심판의 판단실수로 본 시합에 출전도 할 수 없는 실격판정을 받은 것이다.

필자 역시 화가 나서 날뛰었고 그 순간 그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우리로서는 감히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그건 죽음의 시간이었다. 그 죽음의 시간이 4시간이나 지속되었다. 다행스럽게 판단실수가 인정이 되고 박태환 선수는 본선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몇 개월 전 칼럼에 사람의 몸을 자동차에 비유했다. 일반인들의 몸은 휘발유만 넣어주면 잘 나가는 티코와 같으나 세계적 수준의 운동선수들의 몸은 페라리와 같다. 페라리는 시속100㎞를 3.3초 만에 낼 수 있고 최고속도 350㎞를 내면서 바람과 같이 달리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다.

그 페라리가 자신이 가진 기계적 역량을 다 발휘하기 위해선 모든 상황이 완벽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운전자의 심리의 안정감과 정신력이다. 그것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엔진보다 더 중요하다. 그래서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 F1의 주인공은 운전자인 것이다.

당시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박태환선수의 멋진 모습을 다시 보았다. 그가 겪었던 죽음의 4시간은 미숙한 판정실수의 결과였다. 이 죽음의 4시간동안 선수의 신체적 능력은  psycho-somatic reflex를 통해 여지없이 뭉개졌을 것이다. 그의 마음은 안정감을 잃었을 것이고 그의 몸은 페라리가 가지고 있는 기계적 역량에 치명적인 결함을 주었을 것이다.

그 상처는 4시간 만에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에서 그는 당당히 은메달을 쥐었다. 무엇보다 그가 언급한 소감 “세계적인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할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하는 그의 성숙한 모습은 금보다 더욱 의미가 깊다.

스포츠맨의 정수를 보여준 박태환 선수가 너무 자랑스럽다. 필자였다면 '속상하고 섭섭한 판정으로 인해 경기력이 좋지 않았어요'라는 핑계만 늘어놓았을 것이다.

핑계는 행위를 정당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변명지만 나쁜 이유거리이다. 학창시절 나의F학점을 바쁜 아르바이트로 인해 정당화하는 핑계거리만 늘어놓으며 보냈던 기억이 든다.

세계인들의 축제 올림픽 그러나 누구 하나 기억해주지 않는 올림픽이 있다. 런던올림픽 후 열리는 장애인 올림픽, 그들에게는 핑계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멋진 접속사만이 있을 뿐이다.

1948년 세계 제2차 대전 중, 총상으로 척추장애인이 된 영국 군인들이 함께 모여 시작된 작은 스포츠 이벤트가 장애인 올림픽의 효시가 되었다. 장애인 올림픽의 공식명칭은 Paralympic이다. 그리스어로부터 온 para의 뜻은 '나란히, 동일하게'라고 하는 의미다.

여름 올림픽과 나란히 그리고 동일하게 존경받는 올림픽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먼저 언급했듯이 총상으로 인한 척추장애인들로만 치러졌던 스포츠 게임이었지만, 장애인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면서 Paralympic에는 몇 카테고리가 만들어졌다.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6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진다. 다리를 절단한 사람, 뇌성마비 환자, 지적장애인, 휠체어 사용자, 시각장애인 그리고 그 이외 장애인 (근골격계 환자, 선천적 기형 장애자 등)를 포함한다. 이러한 카테고리는 또 다시 세부적으로 나누어지지만 스포츠 각 종목마다 달라진다고 한다.

규모가 커진 장애인 올림픽은 1960년 로마 Summer 올림픽 때부터 Paralympic(장애인 올림픽)이라는 명칭으로 공식화 되었고, 1976년부터는 다양한 장애자들도 경기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1988년 Summer Olympic이 서울에서 개최되면서 장애인 올림픽을 일반 올림픽과 동일한 시기(일반 올림픽이 끝나면서 연이어서 진행하는), 동일한 장소, 그리고 동일한 시설들을 이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국제 올림픽 위원과 체결되어 그야말로 정식 올림픽으로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5위를 석권했던 런던 Olympic이 끝나면서 Paralympic이 진행되었다. 같은 때, 같은 장소, 같은 시설에서, 그러나 같은 의료서비스를 받지는 못하였다는 기사를 통해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 잠까지 설쳐가면서 Summer Olympic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처럼 Paralymic에 참여하는 박태환 선수보다 더 값진 경기력과 성숙된 모습 그리고 열정을 보여주었던 우리 장애인 선수 모두들에게도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많은 박수갈채를 보내주어야 했지만 짧은 스포츠뉴스 몇 초 몇 분만으로 기억되었다.

전쟁과 피로 얼룩진 세계의 역사를 보면서, 우리 모두에게 내재 되었다는 파괴의 본능을 보면서 사회학자들은 인간세상의 미래를 매우 비관적으로 본다지만, 나는 세계인들이 참여하는 신성한 스포츠의 축제, 올림픽을 통해 다양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선수들이 서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 세상의 미래를 나는 밝게 본다.

이 멋진 축제를 위해 런던 정부는 'Big Bang'이라는 이름으로 오픈 세리머니를 멋지게 펼쳤다. 그리고 영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우주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휠체어를 타고 나와 컴퓨터로 합성된 그의 목소리를 통해 또 다시 우리 모두에게 감동의 말을 전해주었다. '인간에게 한계는 없다, 자신의 발을 보지 말고 하늘의 별을 봐라'라는 말과 함께.

가끔 일상과 출근길이 버거워질 때면 누군가 내 자동차에 작은 상처기라도 내주는 사고라도 내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필자가 쉴 수 있는 공식적 핑계거리를 늘어놓고 싶어서, 그러나 핑계란 댈 수 없다. 많은 역경을 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그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부끄럽다 .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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