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체육 업무의 문화관광부 이관이 확정된 가운데 '장애인체육'을 둘러싼 이해다툼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협의회가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를 사실상 '접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데 이어 장애인선수들의 권리확보를 위한 한국장애인경기단체총연합회도 출범했다. 이 같이 장애인 스포츠의 문광부 이관이라는 호재가 이권다툼의 악재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도 많은 실정이다. 장애인 체육,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또 어디로 가야 하는가. 장애인 체육 전문가인 용인대 최승권 교수(특수체육교육)를 만나 해답을 들어봤다. 최 교수는 장애인체육발전정책추진모임 공동대표와 최근 출범한 열린우리당 체육발전위원회 장애인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용인대 최승권 교수는 장애인체육의 철학, 연구, 홍보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장애인체육의 문광부 이관이 확정됐다. 앞으로 문화관광부가 먼저 해야할 일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장애인체육, 장애인선수, 장애인학회는 존재하지만 법률상으로는 장애인체육도, 선수도,조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장애인체육과 관련한 법률은 전무하다. 법률이 없다는 것은 제정적 지원도, 제도도 없는 걸 의미한다. 문광부가 해야할 첫 번째 일이 바로 이것이다. '국민체육진흥법' '체육시설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체육지도자 연수 및 자격검증에 관한 규칙' 등에 장애인 관련 조항을 넣어 법률적인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체육업무를 전담할 조직구성도 중요하지 않나.

"당연하다. 문광부는 장애인체육업무 이관과 함께 문광부 안에 새로운 조직을 구성할지, 기존의 조직에 업무량만 늘려서 관리할지, 어떤 방안이 장애인체육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조직형성은 문광부의 큰 과제 중 하나인 재정확보와도 연결되는 문제로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홍보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 지금까지 장애인체육업무를 맡았던 보건복지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한다고 보나.

"체육업무가 문광부로 이관된다고 해서 복지부에서 장애인체육 업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실시하는 재활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문광부 보다 복지부가 맡는 게 더 효율적이고 이치에도 맞다. 재활을 위한 운동,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운동은 그야말로 보건이다. 마땅히 복지부의 업무로 남아야하는 부분이다. 이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체육 프로그램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관할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의 정체성이 희미해졌다. 진흥회는 어떤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하는가.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치르고 패럴림픽을 준비하던 업무에서 복지진흥회의 명칭 그대로 '장애인복지'에 관한 연구를 도맡은 기관으로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장애인생활체육 인구조사도, 정확한 장애인선수 인구 파악도 안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체육의 현주소다. 장애인체육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선결과제는 무엇인지에 관한 실태조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를 진흥회가 맡아야한다. 장애인체육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10년, 50년을 내다보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최 교수는 장애인선수촌 건립보다 태릉선수촌을 공유하는 것이 사회통합에도 더 부합된다고 주장했다.

- 얼마전 장애인경기단체총연합회 출범식에 참석한 김화중 대통령 보건복지특보가 제시한 장애인체육의 선결과제 3가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마디로 실태파악은 전혀 없는 핑크빛 제안이다. 김화중 특보는 장애인실업팀 구성, 장애인선수촌 건립, 장애인체육회 설립 등 3가지를 제안했다. 이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다만 계획 없는 제도 도입은 더 큰 혼란과 퇴보를 가져올 뿐이다. 그가 제안한 장애인실업팀 구성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 장애인선수는 대략 1천800여명으로 각 장애인체육관련 단체에 올라가 있는 인구를 모두 합한 것이다. 그중 제대로 활동하고 선수는 30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실업팀을 구성해도 몇 팀이나 되며, 1년에 경기가 몇 번이나 열리겠는가. 또한 이런 실업팀을 어느 기업이 나서서 지원하겠는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실업팀은 고용을 기본으로 한 실업팀 구성이다. 단순히 실업팀에서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닌, 선수들도 기업 내 업무에 맞는 취업교육을 통해 구직과 동시에 실업팀에 들어가는 방안을 제안한다. 사실, 장애인선수들이 운동을 하는 기간은 4~5년 정도다. 지금까지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계속 체육계에 남았다. 이는 신인선수 발굴은 물론 장애인 개인에게도 건설적인 모습이 아니다. 자신의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운동을 하는 것만큼 회사에서 지원을 받는 실업팀이 구성돼야 결과적으로 선수의 복지도 높아지는 것 아닌가."

-장애인체육회는 설립되는 것이 맞지 않은가. 또 장애인선수촌 건립도 착착 진행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실태조사가 우선이다. 장애인체육회로 따로 운영해 예산확보를 우선으로 하는 게 긍정적일지, 대한체육회 산하로 들어가서 기존의 비장애인체육시설을 개조해 함께 이용하고 경기 개최의 수를 늘려 장애인체육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효율적일지 따져봐야 한다. 문제는 이를 연구하려는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또, 장애인선수촌 건립에도 제동을 걸고 싶다. 먼저 언급했듯이 장애인선수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장애인선수촌을 유지하는 비용이 대략 연60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산을 낭비하는 대신 태릉선수촌을 공유하는 것을 제안한다. 태릉선수촌도 항상 이용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매해 일정을 잡아 이용하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장애인종목 중 뇌성마비축구, 좌식배구, 시각 관련종목을 제외하고는 비장애인시설과 동일해 약간의 보완작업만 한다면 장애인선수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시설을 공유하면서 지도자도 공유하고, 대회도 함께 치르고 경기운영요원도 공유하는 등의 효과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결국 이는 사회통합이라는 철학에도 부합된다고 본다."

-우리나라 장애인체육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라 보나.

"철학, 연구, 홍보 이 3가지의 결핍이 가장 문제다. 장애인체육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행정을 집행하는 데 장애에 대한 이해와 함께 한다는 사회통합의 철학을 갖고 있다면 현재의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문광부 이관과 더불어 장애인체육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돼야한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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