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에서 일자리를 찾는 고령의 구직자들은 "정부가 현실감각을 잃은 채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사진/복지DB>

 
관악구에 사는 박모 할아버지(75세)는 나이답지 않게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알선센터를 통해 면접을 보면 늘 주민등록상의 나이 때문에 번번이 떨어지곤 한다.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임을 했을 만큼 학식도 풍부하지만 결국 일자리 앞에서 나이는 어찌할 수 없는 걸림돌이 돼버렸다. 박 할아버지는 "체력이 딸리거나 능력이 없어서면 이해가 되지만 기회도 안주고 문전박대하니 속상하다"라고 얘기한다.

대한은퇴자협회의 통계를 보면 노인이 스스로를 늙었다라고 느끼는 나이는 74세. 우리나라 은퇴 연령이 55세 전후임을 감안할 때 짧지 않은 시간을 무료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것이 2006년을 사는 대한민국 노인들의 현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있다.
저출산과 맞물린 고령사회 문제는 경제기반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보고가 쏟아지고 있고 대통령 또한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2008년까지 어떡해서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노인일자리 대폭 확대'라는 한가지 명제만을 놓고도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실감 없는 취업정책 소외감만 증폭시켜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1106억원의 예산을 들여 총 8만여명의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지난 23일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 696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55세 이상 고령자를 채용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어본 결과 10.1%만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유는 △업무 성격이 고령자에게 적합하지 않다(64.2%)가 가장 많았고 △기존 조직원과의 융화력이 떨어진다(11.8%) △업무 습득이나 적응도가 떨어진다(7.7%) △연공서열 문화 때문에 연장자 채용이 부담스럽다(4.5%) 순이었다.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 제공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거나 기존 직업을 유지하는 점에는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이 많다. 노동현장에서 일자리를 찾는 고령의 구직자들은 "정부가 현실감각을 잃은 채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고용정보시스템 워크넷의 박상철 연구원은 '고령자 노동시장 분석과 고령자 적합직종의 평가'에서 20세기 중반이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아짐은 세계적인 추세라 할 수 있으며, 2000년에 우리나라 역시 노인 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섬으로써 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했고, 노동시장에서 퇴출 된 고령자의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소외감등의 문제는 노동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또한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거나 기존 직업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에 대해 복잡하고 보다 높은 교육 및 전문화된 기술 수준을 요구하는 경향과 직업능력간의 심화된 격차, 고령화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제한이 노동시장에서 고령자를 기피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에서의 이러한 취약성으로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제공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고용환경은 쉽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 확보보다 적합한 일자리가 관건
따라서 고령자에게는 일자리 확보보다 앞서 중요한 것이 적합한 일자리인 셈이다. 고령자 적합 직종의 선정 기준은 고령자 고용촉진법에 명시된 선정기준에 따라 △55세 이상의 고령자가 근무해도 상대적으로 생산성에서 젊은층과 차이가 나지 않는 직종 △노동강도가 낮은 직종 △산업재해의 위험이 낮은 직종 △활용가능성이 높은 직종을 선정기준으로 수용해야 하며 고령자의 직업능력을 측정하는데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육체적 활동 가능성과 환경조건, 위험 가능성 등을 평가해 고령자가 스스로 적합한 곳을 찾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

그러나 고령자의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년도별 경제활동 참가율을 살펴보면 고령자의 최근 5년간 전체 경제활동참가율의 평균보다 낮은 50%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봐 취업환경은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전문가들은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 제공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고령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한 부담은 결국 정부와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고령자 취업 직종의 재인식 필요
중앙고용정보원은 고용정보 워크넷을 통해 조사한 작년 3분기 고령층 신규 구직인원 3558명중 3171명인 89.1%가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뒤를 이어 기술 관련직이 4.9%, 서비스 관련직이 2.2%, 영업·판매 관련직이 1.4%로 집계됐으나, 결국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규 일자리 중 90%이상이 단순노무직인 막일인 셈이다.
고령자의 근로형태를 살펴보면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정규직 비율은 급속히 감소하고 자영업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다. 또한 60세 이상부터는 비정규직도 크게 감소되는 경향을 보여 고령화 진행에 따라 고용환경이 열악해 지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라는 것이 입지 못하는 옷이요, 신지 못하는 신발인 셈이다.  

한국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사업 마련의 방향을 제시하며 공익형과 교육복지형, 자립지원형으로 일자리를 분리했다. 구체적 예를 들자면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업(환경,행정,교통등)영역 중 노인에게 일정부분 적합한 일자리를 창출해 제공함으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법이 공익형이다. 활동 내용으로는 거리환경개선, 교통질서계도, 기타행정 기관보조등의 업무를 들 수 있다.

△교육복지형은 특정분야의 전문지식을 갖고 있거나 경험을 소유한 자가 복지시설 및 교육기관등에서 강의 활동을 하는 것으로 숲 생태 및 문화해설사 사업, 교육강사 파견사업등을 꼽을 수 있다. 사회활동이 어려운 독거노인이나 고령 및 중증노인, 장애인을 보호하는 활동을 건강한 노령자가 복지지원형으로 돕는 활동도 여기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자립지원형은 대부분의 고령자가 노인 일자리라고 했을 당시 생각하는 일자리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역사회내 수요처를 발굴하고 맞춤교육을 실시, 인력을 구성해 파견하는 형식이다. 주유원, 판매원, 가사도우미, 주차관리요원등이 이에 해당된다. 지하철택배, 세탁방, 실버용품점, 밑반찬제조사업 등의 일처럼 시장형 소규모 사업을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기업을 공동으로 창업하는 것도 하나의 자립지원형에 속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자립지원형의 모습을 띄는 것에서 탈피, 고령자의 경험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일자리나 육체적 노동이 고되지 않은 일자치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고령자가 취업하고자 하는 직업은 몇몇으로 국한돼 있고, 해당 직업에서 임금이 유지되거나 증가가 없더라도 취업하고자 하는 고령자가 많기 때문이 하나의 실패요인으로 작용한다.

  
고령자 취업에 실패 요인
고령자가 취업하고자 하는 직업은 몇몇으로 국한돼 있고, 해당 직업에서 임금이 유지되거나 증가가 없더라도 취업하고자 하는 고령자가 많기 때문이 하나의 실패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노동성을 대체할 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청소년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고령자가 주로 취업하는 직업은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젊은 연령층에서 취업하고자 하는 의지만 갖는다면 이들로 대신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고령화될수록 생계적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30평 아파트가 전 재산인 60대 노부부의 경우, 국민연금으로 받는 얼마간의 연금으로는 관리비를 포함한 생활비가 충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지고 있던 주택을 팔아 현금화시키거나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적 대처 방안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노부부가 이렇게 생활할 수는 없다. 따라서 건강한 노인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끔 대처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고령자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경력 및 근속에서 오는 임금프리미엄이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도입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정년뒤에도 계속 일을 하는 대신 정년뒤에 임금을 줄이는 방안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정년 몇 년 전부터 임금을 줄이는 방안 △정년전부터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줄이는 방안 등 크게 3가지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강제성보다는 기업의 재량에 맡기기 때문에 몇몇 업체의 시범적 움직임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나 대한전선의 경우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얼마간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의 고령자 취업정책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종합적인 법과 제도 정비를 마치고 이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현재 일본의 고령자 취업정책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고령자 등의 고용안정에 관한 일부 법률을 개정하고 정년연령을 65세까지 연장시킬 것을 2013년까지 추진 중에 있으며 △중고령자를 고용한 사업주에 지도와 지원을 실시하고 고령자를 대상으로 치밀한 직업 상담과 소개를 함으로 좀더 적합한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실버인재센터의 발전·확충을 지원하고 있다.

2000년 3월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12.4%를 차지하며 고령사회로 진입한 미국의 경우도 현재 고용에 관한 연령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이 금지되고 있다.  

영국 또한 1990년대부터 노동시장의 개혁과 연금제도의 수정을 전면 검토하고, 고령자의 고용기회 확대를 목적으로 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차별적 고용관행을 금지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연령제안을 차별로 인식하고 유능한 인재를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활용하는 방안은 기업이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고령자의 취업을 돕기 위해 고령자고용촉진법, 고용보험법, 노인복지법 등이 정부부처 규정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주요부서는 노동인력의 효과적 활용을 목적으로 노동시장에 개입하는 노동부가 대표적이며 보건복지부는 노인복지의 차원에서 노인취업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고령자고용정책, 정부의 시각 전환 필요
정부가 펼치고 있는 고령자 고용촉진정책은 노인의 현실적 문제를 간과하고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고령의 취업희망자수에 비해 이들을 수용할 혹은 수용할 의사를 갖고 있는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노인들은 일자리가 많은 몇몇 단순노무직에 취업이 국한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며 그나마도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돌고 있다.

이 때 발생하는 괴리감으로 인해 취업을 희망했던 노인들은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거나 재취업을 포기하는 역작용이 발생되고 있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명명하는 고령자는 55세 이상으로 되어 있는 반면에 노인복지법에서의 노인은 65세 이상으로 되어 있는 법 규정도 문제다. 보건복지부에서 노인취업관련정책을 다루는 경우에 노인복지법에 의거하여 65세 이상을 다루는 경우보다 실제로 55세 이상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사실상 취업의 기회가 없어 정부는 무엇보다 노인 고용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적인 변화를 먼저 가져야 할 것이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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