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4세인 김모 할머니는 아침이 즐겁다. 비록 규모는 작은 전통찻집일이지만 이나이에도 일할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한다. 
한국시니어클럽 강남점인 강남시니어클럽은 보건복지부 지정 시범사업인 지역사회시니어클럽의 하나로 자광재단이 주관해 2002년 12월 출범한 단체다. 강남시니어클럽의 노인일자리사업 추진계획에 따라 지난해 '함께가는고물상'이라는 중고물품판매센터와 '들꽃'이라는 전통찻집, '실버-익스프레스'라는 택배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인들만 70여명,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이고 55가 막 넘은 젊은 노인부터 80세 노인까지 다양한 회원들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곳에서 50대는 혈기 왕성한 청년기라고 이야기한다. 전문가들은 55세부터 90세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존재하는 노인을 같은 체력 수준과 노동력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에 모순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젊은 노인과 건강한 노인을 구분짓고 각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노인일자리를 창출하기 전에 고민되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들꽃이라는 이름의 전통찻집에서 일하는 노인들은 비록 규모는 작은 전통찻집 일이지만 일자리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사진/최경훈 기자>

노인고용 앞장서는 사업장
노동현장에서 만나는 고령의 건강한 노인들은 '취업알선센터를 통해 막상 취업을 하면 대부분이 3달 이상을 넘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고 푸념한다. 이에 시니어클럽에서는 노인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사업장 자체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들꽃이라는 이름의 전통찻집도 그런 사업의 한 예다. 이곳에서 일하는 분은 총 5명, 그중 한 할머니는 실버박람회에 제출한 이력서를 통해 입사에 성공했다. 이곳에서 노인들이 하는 일은 주문을 받고 차를 끓이고 설거지를 하며 물건을 정리하고 재고를 파악하는 정도다. 5명이 3일씩 번갈아 가며 8시간 노동을 하는 셈이다. 물론 어려움은 있다.

사업비로 지원되는 금액이 한계가 있어 그럴듯하게 인테리어를 할 사정도, 대대적인 홍보 활동도 어렵다. 하지만 손수 한지를 사다 벽면을 바르고 인테리어를 꾸밀 만큼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최근에는 경기가 좋지 않아 샵인샵(점포안에 또 다른 점포를 두고 경영하는 것)형태의 경영을 준비중에 있다. 인간문화재 윤종희씨가 만든 떡을 찻집 한켠에서 파는가 하면 인사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리개나 열쇠고리, 반짓고리같은 한국적인 물건들을 진열하고 있다. 오는 3월부터는 다기와 한과도 함께 들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들어서는 TAKE-OUT서비스를 시작해 쌍화차를 거리에서 마실 수 있게끔 진행하고 있다.

함께가는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조래신씨, 그는 숙련된 무역경력을 살려 한국에서 중고물품을 팔고 있다.

함께가는고물상은 의류, 가방, 구두, 카메라, 장식품, 각종 생활용품 등을 기부와 재활용품수집, 재창작 판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곳을 이끌고 있는 노인 인력 중에는 오랫동안 외국에서 무역일을 하던 분들의 공이 크다고 강남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전했다. 그들은 연륜에서 오는 안목을 갖췄고 그것은 판매사업에 분명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고제품을 쓰레기 취급하지만 선진국등 외국의 경우에는 다시는 만들어질수 없는 물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함께가는고물상에서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조씨의 경우 "전에는 중고물품상을 찾는 이들이 드물었지만 최근 들어 개성을 창조하기 위한 젊은이들의 발길이 늘면서 소득원도 늘고 있다"며 "중고물건을 노인이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에 신뢰를 보내는 사람이 많다"라고 전했다. 실제로도 외국의 경우에는 엔틱가구점이나 중고물품상을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고가구와 노인이 주는 분위기의 조화가 구매자에게 신뢰를 주고, 물건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점 때문이다.    

시니어클럽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실버-익스프레스로 불리는 택배사업이다. 노인들이 하기에는 버겁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기지만 오히려 노인들이기 때문에 더 유리하는 것이 협회측의 설명이다. 택배나 퀵서비스에 비해 더디고 오래걸릴 수 있지만 노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물건을 전달해 줌으로 고가의 물건이나 중요한 서류, 분실이 염려되는 것들은 오히려 안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노인들의 체력을 생각해 너무 무거운 물건은 받지 않는다. 화분 한 개정도의 무게로 이동시 크게 불편함이 없는 우편물들만 취급하기 때문에 건강상의 염려는 많지 않다.
이밖에도 은빛농장을 경영하면서 생산한 채소들을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작년에는 시작단계여서 거의 이익을 내지 못했지만 올해에는 좀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지원 여전히 절실
아쉬운 점은 시니어클럽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인들이 수익이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월급이라는 개념보다는 판매한 금액을 나눠갖는 수준이다보니 아직까지 용돈정도밖에는 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따라서 경기가 좋지 않거나 손님이 많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에는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위한 대책 마련에는 아직까지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협회측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인들은 일할 수 있는 즐거움이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되지만 보다 나은 처우개선이 뒤따른다면 더 많은 노인들이 노후를 보람차게 살 것이라고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실상 사업장을 운영하다 보면 경쟁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대를 꽤 뚫는 젊은 피와 재정적 뒷받침이 절실할 때가 많다. 노인들이 사업장을 활성화시킬 때까지만이라도 국가적 지원이 보장되거나 재취업 교육이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국에서 펼치고 있는 시니어클럽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강남시니어클럽 관계자는 "3월부터 대대적인 홍보에 돌입하며 사업장 활성화에 나갈 예정이다"라며 "노인일자리가 확보되지 않고 고령 사회는 극복할 수 없다"고 노인취업의 절실함을 강조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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