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가 넘은 구직자들은 일자리 자체를 구하기가 힘든게 현실이다. 복지관이나 관할 고령자취업센터를 찾더라도 서류접수는 받지만 실상은 60세 전후로 노인들의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시장경제의 논리에서 70만원을 주고 고령자를 쓰는 것보다 100만원을 주고2∼30대의 젊은 인력을 쓰겠다는 다는 말을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다. 따라서 정부가 내놓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보여주기식'이라는 현장에서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아직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젊어서의 경력을 십분활용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르신강사들이 있고, 지하철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지하철 택배사업자들이 있다. 일하는 노년이 행복하다. 세 번째 시간에는 일자리가 있어 행복한 이들의 뒤를 따라가 봤다.

강사로 활동중인 김씨는 올해 73세의 나이지만 나이가 무색하게 젊고 생기있다.

아이들 교육, 노인이 나선다
시립노원노인종합복지관에서만 한해 평균 강사로 활동하는 노인들만 45명. 1인당 1주일에 5시간의 강의가 배정된다. 참여신청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통하게 되면 합격자에 한해 개별적으로 합격여부가 전달된다. 단 교원자격증을 소지한 자나, 복지관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교육을 이수한 자에 한해 지원 자격이 부여된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공식적인 월급은 약 20만원 정도. 그나마도 일년에 6개월밖에는 지급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정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은 돈을 벌기 이전에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보람으로 계속해서 동참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이유는 노인 강사들이 돈이 지급되지 않는 기간에도 활동하는 가장 큰 이유다. 다행히 지난해는 25명의 강사들이 사업이 끝나고도 학교측의 연장수업 제의를 통해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반응이 좋고 강의를 받고 난 후 아이들의 수업태도에 현저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사로 활동중인 김씨는 올해 73세의 나이지만 나이가 무색하게 젊고 생기있다. 그는 자신의 건강 비결을 아이들에게서 찾았다고 말한다. 또한 분명 적은 돈이지만 생활에 보탬이 되고 돈주고 여가생활을 하는 것에 비하면 없는 것보다 낫다라고 이야기했다.
노원노인복지관에서는 한문강의뿐 아니라 예절교육과 같은 부분은 자체적으로 실시 교원자격증이 없는 노인들도 전문가 과정 강사로 활동할 수 있게 교육하고 있다.

복지관 관계자는 "경쟁력과 능력을 갖춘 노인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의 인력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만 있다면 노인일자리 사업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좀더 많은 노인들에게 강사자리가 배정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전했다.

시니어 택배는 중요한 문서나 서류, 작지만 고가의 물건등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운반해 주며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장점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사진/박경미 기자>

믿을 수 있는 시니어택배
전국시니어클럽과 노인일자리사업이 맞물려 진행하고 있는 사업가운데 최근들어 가장 눈에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시니어지하철택배 사업이다. 이것은 무료로 지하철을 승차할 수 있는 노인인력을 이용한 사업으로 노인들이 직접 택배 배달원이 돼 물건을 전달하게 된다.

중요한 문서나 서류, 작지만 고가의 물건등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운반해 주며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장점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올해 68세인 안 모씨는 종로에 있는 지하철 택배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 택배원을 낯설게 보던 이들이 이제는 어딜가든 제법 반겨준다며 환하게 웃는다. 하지만 이곳에도 몇 가지 규칙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너무 무거운 물건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가 밀집된 곳이나 중요한 서류를 전달할 때 저렴한 가격으로 믿고 맡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은행에서 일하는 박 대리의 경우 지하철 택배의 도움을 톡톡히 봤다. 지난 연말 중요한 서류를 여의도까지 보내야 하는데 창구안에 가득한 손님 때문에 틈을 낼 수가 없었다. 그때 이용한 지하철 택배를 인연으로 요즘에도 종종 안씨의 택배를 이용한다.

자유경쟁 속에서 일자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노인이라고 무조건 사회적일자리를 만들어서 수혜를 주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고, 발전이 없다고 분석한다. 또한 몇 명을 취업시키느냐 만큼 얼마만큼의 인력이 오래 직장에 다니는지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노인만이 할 수 있는 일, 노인이어서 더 필요한 일들을 발굴해 다가오는 고령 사회문제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