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공부해야 하니까 가야한다고, 가족들이 너 때문에 힘들어 한다고 아빠가 그랬다"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하기 위해 장애인들이 거리토론회를 열고 당자사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이하전장연)은 지난 22일 정부중앙청사 정문앞에서 40여명의 장애인당사자가 참석한 가운데 거리토론회를 열고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했다. 이미 미국, 일본, 유럽각국에서는 활동보조인서비스를 하나의 권리로 인정하고, 최고 24시간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베푸는 시혜, 자선프로그램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중증장애인의 사회생활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날 거리토론회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활동보조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해 직접 증언하는 자리를 가져 그 필요성이 보다 강조될수 있었다. 토론회를 방문한 현애자 국회의원은 "참여정부가 장애인 정책에 대해 진부하고 소극적인 기존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캐나다, 미국에서는 중증장애인들도 많은 부분에서 사회적 역할들을 수행하고 그런 뒷배경에는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있었다"라고 그렇지 못한 한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날 생생한 증언을 통해 활동보조인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노들장애인야학 이영애씨는 불편한 몸으로 자리에 참석 "활동보조인 덕에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덜 미안해졌다"라는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증언을 통해 활동보조인서비스의 제도화를 촉구하고 있는 노들장애인야학 이영애씨(왼쪽),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종훈씨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중훈씨도 "단순히 보조인의 역할이 아니라 활동보조인 덕분에 장애를 딛고 사회생활이 가능해졌다"며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권이 그들의 도움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제주도 여행 당시 낮 동안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무리 없이 생활할 수 있었지만 밤이 되자 화장실로 가기 위한 한턱 때문에 고생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며 절실함을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시설생활인인권확보연대 김정하 활동가는 "전국의 장애인 시설 중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22곳을 상대로 시설내 인권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상생활에서 자기결정권 최고수준은 겨우 30%에 지나지 않았다"며 "사람이기보다는 사육당하는 처지에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시설생활인권확보연대 김정하 활동가, 전장연(준)최강민 조직국장

자기결정권에는 개인일정에 맞춰 일과를 결정하는 경우가 6.5%, 언제든 식사를 할 수 있는 경우 5.1%, 자유롭게 목욕할 수 있는 경우가 31%로 지극히 기본적인 욕구해결이 조사 범위에 들어갔다. 또한 본인 스스로 입소를 결정한 경우는 22.1%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사실상은 강요당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해석했다.

즉 활동보조인 서비스의 제도화를 통해 장애인의 일상생활이 원활해 진다면 시설에 입소해야 하는 이들의 수도 적어 질수 있고, 가족으로부터 떨어지는 소외나 시설내에서 무방비하게 행해지는 인권침해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전장연 최강민 조직국장은 "활동보조인 제도화 투쟁은 빼앗긴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싸움이며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서비스의 제공을 전제로 중증장애인의 실태조사 사업을 먼저 실시해야 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하에 즉시 활동보조인들이 파견되야 한다"고 전했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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